박지민 36Kr 대표 “서울 쏠림·앵커기업 부재"
"한계 극복 위해 중국과 지역 기반 글로벌 협력 모델 절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역 기반 혁신 생태계를 육성하는 교육부의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선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절강성 칭화대 장강삼각주 연구원이 주도하는 ‘지-산-학-연-금-용-개’(지역-산업-대학-연구-금융-응용-개방) 협력 구조가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대표는 “한국 RISE 사업도 이제 글로벌 산학연 연결성을 핵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6Kr는 중국 기반의 신경제(New Economy) 전문 플랫폼으로, 기술 및 스타트업 관련 미디어·데이터·투자·인큐베이팅 등 폭넓은 비즈니스 서비스 생태계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중국 내에서 150만 명 이상의 글로벌 독자를 보유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대표.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박지민 36Kr코리아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한국경영학회 지회통합컨퍼런스에서 중국 절강성 자싱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지산학연금용개(地-産-學-硏-金-用-開)’ 혁신모델을 집중 조명했다.
해당 모델은 칭화대학교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방정부, 지역 기업, 연구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으로, 기술개발부터 인재 양성, 기술 이전, 투자 유치, 해외 진출에 이르는 전주기 혁신 생태계를 실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칭화대는 절강성 장강삼각주에만 66개 이상의 전문 연구소를 운영하며, 글로벌 오프쇼어 인큐베이터까지 구축해 국가 전략을 지역 현장에서 통합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산학협력이 아닌, 전략적 기술주권 체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형 RISE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지역 스타트업은 시리즈 A를 넘지 못하고, 유망 기업은 상장 후 대부분 서울이나 판교로 이전한다”며, “앵커기업의 부재와 중앙집중형 생태계는 지역 혁신을 소모성 지원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스탠퍼드대 같은 글로벌 명문대와의 협업은 예산 제약상 어렵다. 하지만 중국 칭화대와 같은 기관은 지역정부 예산과 연계된 학술·산학 협력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대안을 통해 한국의 지방대학도 해외 네트워크와 기술협력 구조를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한국 RISE 사업의 글로벌화 전략 방향으로 단순한 해외 전시 참여(CES, MWC 등)를 넘어서, 중국 등 주변국과의 실질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한 제3국 진출 모델을 제안했다.
그는 “중국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의 기술 매칭을 통해 중앙아시아, 동남아, 아프리카로 향하는 확장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동시에 ‘차이나 리스크’를 우회하는 전략적 대응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36Kr은 이미 중국 내 10개 도시 이상에서 ‘지역-산업-대학-연구기관-인재’를 아우르는 통합형 혁신 모델을 운영 중이며, 국내 RISE 대상 대학들과의 글로벌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의 지역대학이 글로벌 기업과 공동 교육, 인턴십,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자체는 유학생 유치부터 정주형 일자리까지 연계하는 통합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술이전 플랫폼의 디지털 전환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위챗 기반 기술 매칭 플랫폼을 통해 연구자와 수요 기업 간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며 “이는 서울 대기업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연구자들에게도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끝으로 “글로벌 경쟁은 더 이상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RISE 사업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발성 예산사업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글로벌 협력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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