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기술·투자 활용된
UAE·프랑스 AI는 소버린인가
AI 주권 방법론 놓고는 시각차
"기획 단계부터 다층적 전략을"
편집자주
'소버린 AI'를 강조해온 민간 전문가가 새 정부의 AI미래기획수석에 낙점되면서 AI 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AI 주권 확보는 물론, 치열한 미래기술 경쟁에서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시급히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오마르 알 올라마 아랍에미리트 국무장관이 2024년 2월 1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 세션에 참석해 발언하는 동안 뒤쪽 화면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AI)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는 2023년 높은 수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팔콘'을 선보였다. 2017년 세계 최초로 AI 장관직을 만들며 AI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결실이었다. 팔콘 모델 학습에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컴퓨팅 플랫폼이 활용됐다. 하지만 UAE는 이후 난관에 빠졌다. 해외 기업 의존을 줄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UAE가 쓰는 아랍어 데이터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소버린 AI를 추진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AI 업계에선 이미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된 개방형 협력 체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소버린 AI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한 국가나 기업이 모든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4월 23일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사의 소버린 AI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소버린 AI를 강조해온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몸담았던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은 KT 사례를 '가짜 소버린' 취급하기도 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외산 기술에 국산 상표만 붙여 소버린이라 부르는 건, 단연코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특화한 초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상용화하고 기술과 데이터 대부분을 내재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소버린 AI의 핵심은 기술의 원산지가 아닌 데이터 주권”이라고 반박했다.
세계 시장에서도 AI 주권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국가들은 소버린 AI가 필요하다"고 공언할 정도로 소버린 AI를 설파한다. 프랑스는 그런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아 자국 언어·문화에 특화한 AI 모델 ‘르 챗'을 개발했는데, 엔비디아가 프랑스의 AI 주권 확보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지 합의된 견해는 없다. 메타, LG, 카카오, 딥시크 같은 기업들은 자사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아예 개방형 AI 생태계를 주도한다. 반면 중국은 자국 기업 알리바바와 손잡고 중국어 특화 챗봇 ‘키미’를 선보였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가해 자사의 AI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LG 제공
국내 학계에서도 소버린 AI 추진 자체는 환영하지만 방법론을 놓고는 이견이 나온다. 김기응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 AI 대학원 석좌교수는 "소버린 AI는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나 월드베스트 LLM 개발이 종착역이 아니다"라며 "오픈소스가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해외 기술 활용으로 비용은 절감되겠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AI 분야에서도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기업이 나오겠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은 "우리만 아니라 남들도 쓸 만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LLM을 만들 수 있는 인재와 자본, 영향력을 가졌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형 LLM을 만든다 해도 시장성이 낮다면 중·장기적 유지·보수도 문제"라고 짚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결국 기획 단계부터 균형 있는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린다.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AI정책 이니셔티브 디렉터)는 "K팝은 요소별로는 한국산이 아닐지라도 민간 기획을 거쳐 새로운 한국적 콘텐츠가 됐다"며 "AI를 마치 고속도로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인프라로만 여기기보다 정부 개입은 최소화면서 측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인프라부터 LLM, 데이터까지 세계 수준에 버금가는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단기적으로는 오픈소스 활용 기술 보급부터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이 현실적"이라며 "초기 인프라 투자에 정부가 비용을 쓰면서 여러 측면을 고려한 정책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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