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CGV, ‘차은우 VR 콘서트: 메모리즈’
18일 전 세계 22개 도시 동시 개봉
팬들은 “몇 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
‘차은우 VR 콘서트: 메모리즈’의 한 장면. 극장 관객석에 앉아 헤드셋을 쓰면, 바로 눈 앞에서 차은우가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어메이즈 제공
잠시 어두웠던 시야가 밝아지자 차은우가 눈앞에 나타났다. 순간 부끄러움이 밀려와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가상임을 잊게 할 만큼 실감 나는 눈맞춤이었다.
정식 개봉 하루 전인 17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차은우 VR 콘서트: 메모리즈’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관에서 VR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은 여전히 낯선 경험이다. 일반 상영관에 들어서자, 좌석마다 XR 헤드셋과 충전선이 설치돼 있었다. 위생 마스크를 착용한 위로 묵직한 헤드셋을 쓰니, 마치 첨단 기기를 통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SF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헤드셋을 착용하자 뿌연 화면이 보였다. 손으로 조절 다이얼을 움직이자, 마치 안경을 쓴 듯 또렷한 화면이 나타났다. 신비한 가상 세계 공간에 들어서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됐다. 손을 들어 올리자 어느새 팔목에 ‘CHA EUNWOO’라고 적힌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차은우가 이별한 뒤 과거를 회상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가상세계에선 모두가 차은우의 팬이 된다.
콘서트 시작 알림과 함께 어두워졌던 화면이 이내 환해지더니 차은우가 등장했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손을 들어 거리를 가늠해보니 대략 두 뼘, 약 30㎝. 차은우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순간, 미세한 흔들림까지 포착됐다. 눈빛의 변화, 머리카락 한 올의 움직임까지 보였다. 팬이라면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을만큼 정밀한 화질이 구현됐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이 마치 음악방송의 카메라가 된 듯한 시점이 구현됐다. 차은우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노래와 춤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여기에 고성능 영화관 음향 장비가 결합되자, 실제 콘서트장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실제 콘서트장이었다면 ‘면봉’처럼 보였을 그가, VR 콘서트에서는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또렷하게 보였다.
배경 연출도 몰입감을 더했다. 벚꽃이 흩날리는 공원, 가로등이 켜진 저녁 거리 등 계절과 시간에 따른 다양한 배경이 가상 공간에 현실감을 부여했다.
다만 약 400g에 달하는 헤드셋 무게가 몰입을 방해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목에 피로감이 누적됐다. 고개를 돌릴 때 헤드셋이 좌석 등받이에 부딪히거나 충전선이 팔에 걸렸다. 이런 불편함이 느껴지면 몰입이 깨지면서 다시금 현실 세계로 되돌아왔다. CGV 측은 이를 고려해 VR 콘서트의 총 상영 시간을 약 40분으로 설정했다.
VR 콘서트는 침체된 극장 산업을 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XR 헤드셋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VR 콘서트는 극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현재는 예매율의 60%를 20~30대 여성 팬이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콘텐츠의 폭이 넓어지면 관객층도 따라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CGV 관계자는 “VR 뮤직 페스티벌, VR 뮤지컬 등 새로운 형태의 공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9년째 차은우 팬이라는 황모씨는 18일 VR 콘서트를 두 차례 관람했다. 황씨는 “차은우의 잘생김을 담을 수 있는 건 VR뿐”이라며 “이 세상에 차은우와 나, 단둘이 남은 것 같아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옆자리에 홍콩과 일본에서 온 팬도 있을만큼 인기다. 나도 앞으로 2~3번은 더 볼 계획”이라고 했다.
차은우 VR 콘서트는 이날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과 연남에서 단독 상영을 시작했다. 미국, 일본, 멕시코, 중국 등 전 세계 22개 도시에서 동시 개봉됐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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