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당 의원 결의안 공동발의
"미군 공세적 공격은 의회 승인 받아야"
며칠 내 의회 표결... 통과 쉽지 않을 듯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달 19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워싱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동참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국 의회가 분주해졌다. 헌법에 따라 전쟁을 선포할 권한은 의회에 있으므로, 전쟁 참여를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는 "미군이 이란에 대한 공세적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발의됐다. 이례적으로 발의자가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서 나왔다. 로 칸나(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토머스 마시(공화·켄터키) 하원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이 결의안에는 13명의 민주당 의원의 서명이 담겼다.
전날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이 제출한 결의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포함됐다. 케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려면 의회 승인이나 공식적인 선전포고를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우리가 만약 군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기로 결정한다면 의회에서 논의하고 투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결의안 모두 의회가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거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특권 결의안'으로, 현재 휴회 중인 의회는 앞으로 며칠 내 어떤 방식으로든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 NYT는 공화당 의원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데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두 결의안 모두 통과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양당 일부 의원들이 미국의 전쟁 개입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만큼 의회 내 활발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달 1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실제로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어떤 대통령도 의회 허가 없이 다른 나라를 폭격할 수 없다"며 "다른 나라를 폭격하는 것은 명백한 전쟁이며, 그렇게 하고 싶으면 의회에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다수의 국방 강경파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옹호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반대로 민주당 의원 중 트럼프 대통령 의견에 찬성하는 경우도 있다. 존 페터먼(민주·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은 공개적으로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을 지지하며 케인 의원의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미 의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식적인 선전포고를 한 적이 없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라크전쟁 등 행정부의 군사력 사용을 수차례 승인해 주면서 사실상 주도권을 정부에 빼앗겼다. 이번 논쟁은 의회가 전쟁선포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오랜 주장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다.
NYT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의회가 2차례 무력 사용을 승인했고, 이후 2014년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을 포함한 미국의 광범위한 군사 활동 자체가 정당화됐다"며 "최근 수년간 양당 의원들 사이에서 의회가 결정해야 할 무력 사용 관련 권한을 행정부가 과도하게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번에 수면에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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