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구의 선택 <픽(Pick)>
기후변화에 맞선다는 것. 때로는 막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환경을 위한 작은 노력. 티끌같은 실천들이 모여 태산같은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정말 소소한 일상 속, 내 선택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비교해 드립니다. 궁금한 탄소배출량이 있다면, 언제든 문의해주세요!
출발을 앞둔 비행기 엔진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X(구 트위터)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가?”
날씨가 더워지며, 직장인의 단골 대화 소재로 떠오른 ‘여름휴가’. 인기 여행지는 역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해외’다.
하지만 해외여행은 단순히 돈만 더 쓰는 여행이 아니다. 비행기를 타면서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기 때문. 지구의 수명까지 당겨쓰는 셈이다.
실제 4인 가족이 미국 하와이를 오가면서 플라스틱 컵 6만7000개를 버리는 것과 같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여행에 비해 최대 300배가량 많은 수치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운대구 제공]
헤럴드경제는 기후테크 기업 오후두시랩에 의뢰해 국내 주요 여름 휴양지 5곳(제주·부산·강릉·여수·속초)과 해외 휴양지 5곳(일본 오키나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베트남 나트랑, 인도네시아 발리, 미국 하와이)을 다녀오는 데 따른 탄소배출량을 측정했다.
기준은 서울에 거주하는 4인 가족. 해외 휴양지와 제주도는 인천공항을 통해 왕복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 외 국내여행은 기차(KTX 기준), 고속버스(우등석 기준), 승용차(휘발유 기준) 등 이동 수단을 각각 탄소배출량을 측정했다. 그밖에 숙소 이용, 관광 활동 등은 수치에 포함하지 않았다.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영종도=임세준 기자]
분석 결과, 4인 가족이 미국 하와이를 다녀오는 데 약 4413㎏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비교 대상 중 가장 높은 수치로, 가장 낮은 탄소배출량을 기록한 강원도 속초(기차 이용)에 비해 281배가량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하나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약 66g. 4인 가족이 하와이에 한 번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약 6만6800개의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버리는 정도의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
이 밖에도 해외 휴양지는 모두 국내에 비해 높은 수치의 탄소배출량을 기록했다. 가장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오는 데는 754㎏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또한 4인 가족 기준 1만1424개의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버리는 격으로, 절대적인 양이 적지 않았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발리는 3162㎏,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는 2188㎏, 베트남 나트랑은 1986㎏의 탄소배출량을 나타냈다.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영종도=임세준 기자]
국내에서는 비행기를 통해 제주도를 다녀오는 데 561㎏의 탄소가 배출되며, 국내 휴양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 그 외 국내 휴양지의 경우 최소 15㎏에서 최대 48㎏까지의 탄소배출량을 나타내, 큰 차이를 보였다. 비행기 탑승 유무에 따라 탄소배출량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
통상 시속 900㎞로 수백명을 수송하는 비행기는 그 속도와 무게 탓에 막대한 화석연료를 소모한다. 이에 운송수단 중 가장 탄소배출량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비행기로 평균 1㎞를 비행하는 데 따른 탄소배출량(1인 기준)은 기차에 비해 7~12배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행기 엔진.[게티이미지뱅크]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 휴양지도 거리에 비례해 차이를 보였다. 서울과 비교적 먼 부산과 여수의 경우 이동수단에 따라 각각 32~48㎏, 28~44㎏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릉, 속초의 경우 그 절반 수준인 17~28㎏, 15~23㎏ 등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국내 교통수단 중에서도 뚜렷하게 탄소배출량이 적은 교통수단이 보였다는 것. 실제 기차의 경우 모든 국내 휴양지로 이동하는 데 있어 가장 낮은 배출량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승용차와 비교해 64% 수준에 그쳤다. 고속버스의 경우 승용차의 76% 수준의 탄소배출량을 기록했다.
KTX.[한국철도공사 제공]
이수연 오후두시랩 연구원은 “이용하는 승용차의 연료 종류, 고속버스 승선 인원 등 세부적인 여러 사항에 따라 탄소배출량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변수를 놓고 봐도 기차를 타고 국내 휴양지를 여행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에 가까운 여름휴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후두시랩은 기업, 제품, 도시, 개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 그린플로(Greenflow)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제품 생산·유통 등 경제활동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측정할 수 있다. 해당 분석 결과 또한 그린플로를 통해 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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