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를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국정기획위원회에 부처 관련 핵심 현안으로 연구개발(R&D) 예산 확대를 제시하며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기초연구 과제 수가 크게 축소되고 연구 생태계가 훼손됐다고 보고했다. 당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논리'가 있음에도 과기정통부가 실제 R&D예산 삭감 주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운 만큼 R&D예산 삭감의 문제점을 '이례적'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18일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과기정통부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보고에서 과기정통부는 R&D 관련 현황·문제점으로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기초연구 과제 수가 2023년 1만4912개에서 올해 1만1829개로 크게 축소됐다는 점을 제시했다.
특히 전체 과제 중 약 40%를 글로벌 R&D로 전환하고 계속과제 연구비를 10~20% 일괄 삭감해 연구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기정통부는 지난 정부에서 1억원 미만의 '풀뿌리 연구 과제'를 폐지함으로써 학문 다양성을 저해하고 초기 임용 교원과 지방 소재 연구자들의 연구안전망을 위협했다고 적시했다. '연구생태계 훼손'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문제점을 지적한 셈이다.
당시 2024년도 R&D 예산 삭감 과정은 급작스럽게 진행됐다. 2023년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눠 먹기식 갈라 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R&D 예산 삭감이 주요 과학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내에서도 R&D 예산 방향이 갑작스럽게 바뀌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끝난 뒤 과기정통부는 2024년도 R&D 예산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재검토 2개월 만인 2023년 8월 과기정통부는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을 내놓는다. 기획재정부에 예산 배분·조정안을 제출해야 하는 법정기한인 6월 30일을 넘기고 제출했다.
2년 뒤인 이번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과기정통부는 2024년 R&D 삭감 이후 훼손된 연구생태계를 복원하고 기술 주도 성장을 위해 국가 총지출의 5%를 목표로 R&D 추가재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 바이오, 방산, 에너지, 첨단제조 역대 최대규모 투자 등울 약속한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4조원 이상의 정부R&D 재정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기정통부는 R&D 예산 삭감으로 과제수가 축소됐던 풀뿌리 연구는 과제수를 내년 1만5000개로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위해 약 750억원 규모의 예산이 추가 요구뒬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첫 기초연구지원 예산을 크게 확대해 오는 9월까지 혁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새 정부 R&D 투자규모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지만 주요 R&D 29개 부처 중 16개 부처의 R&D 예산이 감소하는 등 R&D 지출한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짚었다.
이밖에 과기정통부는 R&D 예비 타당성 조사 폐지와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현장애로 해결을 위해 지정해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또한 과기정통부 혁신본부가 주요 R&D뿐만 아니라 일반 R&D까지 심의하도록 하고 예산 배분조정 기한을 6월 말에서 8월 말로 늘려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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