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통망 신규 영업 중단에…"고정비만 눈덩이”
“일방적 통제보다 회복 기반 점진적 정상화 필요”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공식인증 대리점에 유심 교체 관련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리점 상황은 계속 저기압이에요. 지금은 그냥 연명하고 있는 거죠."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 이후 40일 넘도록 신규 가입 등 대면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대리점들이 "영업 전면 재개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최근 e심에 한정해 신규 영업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대리점과 유통망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영업정지는 산업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영업 재개가 신뢰 회복을 위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T는 지난달 5일 유심 관련 해킹 피해가 확인되면서 신규가입, 번호이동 등 유심이 필요한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보유 유심을 신규가입이 아닌 교체에 쓰라는 통신당국의 방침이 배경이다. 국내 통신사 가운데 단일 해킹 사고로 40일 넘게 영업이 정지된 사례는 이례적이다.
18일 SK텔레콤은 전체 대상 고객 중 약 87.4%에 해당하는 870만명의 유심 교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16일에는 33만명, 전날 30만명 등 이틀간 63만명이 유심을 교체했다. 잔여 예약자 126만명 중 일주일 이상 미방문자는 60만명 수준이다.
SKT는 현재 유심 교체 속도를 감안하면 19일까지는 유심 교체 완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유심 물량 공급 안정화'를 신규 영업 재개 조건으로 내세웠는데 현재 유심 교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 측은 "유심 교체가 일정 수준 안정되면 순차적으로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정부의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재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선 대리점들은 '고사 위기' 상황에 놓였다고 호소한다. 통신사 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박리다매 구조에서 임대료나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어 폐업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국 2600여개 SKT 대리점과 판매점 대부분은 자영업 형태로 운영된다. 평균 일 매출이 3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0일간 누적 손실만 약 2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신규 가입자 유치 기회 상실, 단말기 판매 손실 등을 고려하면 약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SKT의 시장점유율 40% 선도 무너질 전망이다. 브랜드 신뢰도 훼손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은 장기적인 비용으로 누적될 수 있다.
염규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장 겸 SK텔레콤대리점협의회장은 "이런 정도로 긴 기간의 영업정지는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당장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에 쥔 돈은 SKT가 지급한 500만원 대여금이 전부다. e심 영업 재개는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낮아 반쪽짜리 재개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신규 개통·번호이동이 차단되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 유심 유통, 제조, AS망 등 이동통신 산업 전반이 SKT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 구조에서 KT, LG유플러스 등 타 통신사들도 시장 위축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사례를 보면 사이버 보안 사고로 인해 한 번 무너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대표적으로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 US는 2021년 49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후 4600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보안 인프라 개선 투자에만 15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단기적 매출 손실보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 신뢰도 훼손과 이탈 고객의 회복 가능성이다. 실제 신뢰도 복구까지 평균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영업정지는 산업 고사로 이어질 수 있고 통신 인프라 신뢰성 전반에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탄력적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조건적인 통제보다는 산업계, 소비자단체, 전문가 집단과의 협의체를 구성해 투명하게 과정을 공유하고 '회복 기반 위의 점진적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SKT는 현재 40일 넘는 영업정지로 직접적인 유통망 손실만 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 하락과 고객 이탈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며 "정부는 안전성과 산업 생태계 균형을 동시에 고려하는 탄력적 정책 판단을 해야 하고 기업은 재발 방지를 위한 디지털 신뢰 인프라 구축에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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