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6월 말 발표 예고했지만 '신중 모드'
정치권 "SKT 이용약관 승인한 과기정통부도 책임"
SKT 이용약관 중 쟁점조항/그래픽=김현정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논란에 대한 정부 판단이 이달을 넘길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말 SKT 해킹 사고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서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한 해석을 포함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최근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SKT 해킹 사고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시 위약금 면제에 대한 입장 포함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조사단의 결과를 보고 위약금 면제 여부를 판단하겠다, 시간을 끌지 않겠다"며 6월 말 발표를 예고했다.
정치권에선 과기정통부가 SKT 이용약관을 승인한 만큼 제43조 제4항 '회사의 귀책 사유로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한다'는 조항이 이번 사태에 적용되는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훈기 의원은 지난달 국회서 열린 SKT 청문회에서 "과기부는 SKT 이용약관을 승인한 기관으로 책임이 있다, 조속히 법적 검토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영상 SKT 대표는 위약금 면제시 3년간 최대 7조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며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과기부가 법률적 판단을 해 조치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혀 위약금 면제 여부가 과기정통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돼야 다음 단계의 판단이 가능해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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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약금 면제 강제 어려워…약관 시정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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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의 어깨도 무겁다. 과거 사이버 침해 사고 발생 시 위약금 면제 시정조치를 내린 사례가 없는 데다, 법조계 의견도 엇갈려서다.
SKT 이용약관 제22조 제1항은 사이버 침해 사고 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법령상 기준을 준수했을 때도 면책된다. 즉 SKT가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하고 법상 의무사항을 모두 따랐다면 '귀책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회사 귀책 시 위약금 면제' 조항도 주로 통신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에 적용돼 이번 사태와 연관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위약금 면제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이용약관은 기업과 이용자 간의 계약"이라며 "과기정통부가 이용약관을 신고받긴 하지만 법에 명시적 근거가 없다면 사인 간의 계약에 관여하는 건 쉽지 않다. 그보단 소비자가 위약금을 낸 후 SKT를 상대로 위약금 반환청구 소송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과기정통부의 관리책임과 이용자 보호 의무를 고려하면 해당 약관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리거나 다른 유관기관과 협력하는 방안은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정부가 '위약금을 받지 말라'고 강제하는 건 어렵지만 약관이 이용자의 권리행사를 부당하게 막는다고 판단해 약관 개정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그룹 총괄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의 문언적 해석만 보면 과기정통부가 SKT에 위약금 면제를 직접적으로 명령할 권한이 없다"면서도 "해당 약관의 부당성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거나 통신사의 자율적인 시정을 유도하고, 필요시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협력해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등 법리적 한계와 정책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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