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정밀 지도 국외 반출 재신청…정부 요구 수용 시사
국내 지도 서버 있는 애플, 정부 조건 일부 수용 밝힌 구글과 대비
업계 "같은 글로벌 기업이라도 대응 방식 따라 결과 갈릴 것"
[뮌헨(독일)=AP/뉴시스]독일 뮌헨의 한 매장에서 2023년 11월13일 애플 로고가 조명되고 있다. 2025.03.31.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구글에 이어 애플도 우리 정부에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애플은 이번 신청에서 정부의 안보 우려 해소 요구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아직 구글 요청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가데 애플의 전향적 접근이 오히려 구글을 압박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애플은 지난 16일 오후 국토지리정보원에 축척 1대 5000 수치지형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서를 제출했다.
애플은 기기 위치를 추적·관리하는 기능 '나의 찾기'와 애플페이, 애플 카플레이에 내장된 차량용 내비게이션 등에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애플은 현재 티맵모빌리티와의 계약으로 1대 5000 지도 데이터를 받아 국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도 품질을 자체 고도화하기 위해 해외에서도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도록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023년 2월 같은 내용의 신청서를 국지원에 제출했으나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반려된 바 있다. 당시에는 보안시설 블러(가림), 저해상도 전환 등 지도 데이터의 민감 정보 처리에 대한 명확한 수용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애플이 국내 여건에 맞춰 정부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신청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지원에 따르면 신청서에 정부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담겼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명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블러·위장·저해상도 처리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애플 요청을 승인할 가능성이 나온다. 정부가 제안한 보안 우려 해소 방안을 애플이 모두 수용하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2016년 구글에 정밀 지도 반출 조건으로 지도 데이터를 관리하는 서버를 국내에 구축하고 보안시설 위성사진을 블러 또는 위장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보안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지도 반출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글이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불허 처리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애플이 전향적으로 나서며 지도 반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미국이 지목한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를 해결하는 셈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을 지목해 왔다.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대변하는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도 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며 민관 합동으로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서울=뉴시스]
앞서 업계·학계에서는 정부가 오는 8월 구글이 신청한 정밀 지도 반출 허용 여부에 따라 애플이 신청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지도 반출 이슈에 공동전선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 전향적인 태도로 나선 듯 보이자 오히려 고민이 커진 건 우리 정부가 아닌 구글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글은 이번 지도 신청 당시 정부 제안을 조건부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에 표시된 국내 보안시설을 블러 처리하고 저해상도 레이어로 해상도를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은 우리 정부로부터 보안시설 좌표를 제공받아야 하고 해당 보안시설 좌표를 위성사진 처리·응답 제공이 가능한 데이터센터로 전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안시설이 어디인지 구글이 알 수 없는 만큼 정부 협조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보안시설 좌표를 한 해외 민간기업에 주는 행위라 국가 안보를 우려하는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제작한, 주요 보안시설이 블러 처리된 위성사진을 구글이 활용하는 대안이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우리 정부의 위성사진 활용을 구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글은 위성사진을 직접 촬영하지 않고 민간 위성업체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해 사용하는 사업자다. 이 이유로 지도·위성 이미지 관련해 전 세계적 일괄 표준 적용 원칙을 고수하며 정부 제안을 거부했다.
지도 데이터를 즉각 수정할 수 있도록 국내에 지도 서버를 설치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글은 데이터 보안성과 서비스 효율성·안정성을 위해 해당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분산·저장해야 한다며 한국에 서버를 둔다고 해서 지도 반출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우리 정부의 보안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지도 관련 업무 책임자 지정 등 핫라인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오는 8월11일까지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 심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애플의 경우 늦어도 9월 중까지 반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8월 중 두 기업의 지도 반출 요청을 동시에 심사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때 애플의 요청은 받아들이고 구글 요청을 거절한다면 구글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정부 요구를 수용하면 정부 입장에선 반출 불허 명분이 줄어든다. 특히 미국과의 디지털 통상 마찰을 완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정부보다 구글이 더 고민스러울 수 있다. 조건 수용으로 반출을 원하는 전략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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