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까지 전국 곳곳 집중호우
많은 비가 내린 13일 오후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앞 도로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뉴스1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극단적 여름’의 서막이 열렸다. 정체전선(장마전선)과 1호 태풍 ‘우딥’, 대만 부근 열대저압부가 우리나라로 뜨거운 수증기를 불어넣으며 13~16일 나흘간 전역에 무더위와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새벽 부산에 시간당 61㎜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관측 112년 만에 6월에 내린 가장 강한 비로 기록됐다. 15일 낮에는 전국에서 낮 최고 영상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나타나며 경기 내륙에 폭염주의보(이틀간 일 최고 체감기온 33도 이상)가 발효됐다. 올여름 우리나라에 내려진 첫 폭염특보다. 파주의 경우 폭염 특보 발효 9시간 만에 호우 예비 특보가 발표되며 이례적으로 하루에 폭염·호우 특보가 모두 발생했다.
오락가락한 날씨의 원인은 각각 대만과 중국 부근에서 우리나라로 온 고온 다습한 수증기 덩어리다. 열대저압부는 태풍 전 단계의 소용돌이로, 세력이 커지면 태풍이 되고 작아지면 특정 지역에 비를 뿌린 후 사라진다. 열대저압부 영향권에 들면 마치 한증막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열기도 오르고 축축해진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본격적인 장마가 오기 전부터 비와 폭염이 짧은 시간 내 번갈아 나타난 것이다.
대만발 열대저압부는 13~14일 제주 남쪽 정체전선에 달라붙으며 비구름대를 형성, 제주·남부에 많은 비를 뿌렸다. 이 비로 김포·제주공항에선 항공기 8편이 결항했고, 여객선도 7척 운항 중지됐다. 제주 한라산(진달래밭)에 256.5㎜의 강수가 기록됐고, 전북 완산(166.5㎜), 전남 장성(164.5㎜), 부산(180.5㎜), 경남 거제(170.4㎜) 등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부산 중구에는 14일 자정부터 1시간 동안 시간당 61㎜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1913년 부산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강한 6월 비로 기록됐다. 이날 오전 2시 34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 거리에선 30대 여성이 맨홀에 빠졌다가 구조됐다. 오전 6시 33분쯤엔 수영구 수영동 한 빌라 지하 주차장이 빗물에 침수돼 소방 당국이 20t가량의 물을 빼냈다. 공사장 자재가 떠내려가거나 나무가 쓰러지는 등 14일 하루에만 경찰·소방에 110여 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물빛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히는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날 전국 곳곳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장련성 기자
이번 비구름대는 제주, 남부, 중부를 차례로 훑고 지나가며 전역에 열기를 남겼다. 15일에는 낮 동안 강한 햇볕이 내리쬐며 전국에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나타났다. 서울의 최고 체감기온이 32.2도를 기록했고, 강원 횡성(33.3도), 대전(32.4도), 광주광역시(33도), 경북 경주(33.3도), 대구(32.1도) 등 높은 기온을 보였다. 기상청은 15일 오전 9시를 기해 경기 포천·가평·파주·안성·여주·양평에 폭염주의보를 발효했다.
한편 중부 지방에서는 15일 저녁부터 비구름대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중국 내륙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1호 태풍 ‘우딥’이 북쪽 찬 공기와 충돌한 영향이다. 이 비로 폭염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 제주에서도 앞서 비를 뿌린 대만발 열대저압부의 잔재 수증기가 비구름대를 만들어 비는 16일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15~16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20~80㎜, 강원도 20~60㎜, 충청·전라권 10~60㎜, 경상권 10~100㎜, 제주도 10~150㎜ 등이다.
예년보다 일주일 빠른 지난 12일 장마에 들어선 제주와 달리 중부·남부 지방은 아직 장마가 시작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가량 높은 상황이라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 티베트 또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본격적으로 충돌하는 이달 말부터 다음 달 말 사이에 고온 다습한 남풍(南風)은 더 많이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여름 남풍은 열대저압부 같은 거대 수증기 덩어리가 우리나라로 오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에 본격적인 장마에 들어가면 반복적인 폭염과 폭우의 경향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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