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용역 맡겨 "국익 객관적 확인"
관광·첨단산업에 긍정적 효과 의견 불구
안보 위험·국내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커
美관세 엮여 정부 부담… "유료화 등 대응"
구글에 이어 애플 등 해외 빅테크가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도 서둘러 대응책 수립에 나섰다. 그간 정부는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를 안보상 이유로 거절했지만, 이번엔 대외 상황에 따라 사안의 중대성이 다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치권과 업계에선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이나 일각에선 관광·첨단산업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외교 문제로 비화 시 정부가 반출을 허가할 가능성도 높아져 신중한 대응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지리정보원, 연구용역에 "지정학적 이슈, 중장기 대응계획도 포함"
15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4일 국가공간정보자산 국외반출 대응방안 수립에 대한 긴급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구글, 애플 외에도 다른 해외 기업들의 추가 반출 요청 가능성이 커져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과업 세부내용에 국제정세 분석 및 국외 반출 대응전략 마련, 국내외 공간정보 서비스 및 산업 생태계 분석, 법·제도 관련한 이슈·쟁점을 상세히 제출토록 명시했다. 여기에는 구글세, 디지털서비스세, 국내법의 역외 적용 등에 대한 이슈까지 포함시켰다. 특히 국가기본도·영상지도 등을 유료화할 경우 가격정책 전환 필요성 및 근거를 설정토록 하고 가격 책정방안과 유통전략도 제시토록 했다. 아울러 올해를 기점으로 2027년 이후 단계별 국외반출 대응계획도 수립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보자는 차원"이라며 "만약 사각지대가 있거나 허점이 있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센 반대 여론…"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유료화 방안 필요"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은 경제 효과뿐 아니라 국가안보 측면에서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국내 산학계의 주된 의견이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민감한 보안시설까지 식별할 수 있다. 이 데이터가 그대로 해외로 이전된다면 안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미국 기업의 요청을 받아들인 후엔 중국 등 다른 해외 기업 등의 요청이 이어질 경우 거절하기 어려워 결국 데이터 주권을 뺏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에 고정밀 지도를 반출하게 되는 경우엔 지난 2021년에 시행된 중국 데이터보안법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에 관련 정보가 넘어갈 확률도 크다고 지적한다.
국내 산업 생태계는 붕괴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가 회원사를 상대로 4월 23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응답자의 90%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플랫폼업계도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법인세를 납부하는 상황에서 조세회피를 일삼는 해외 빅테크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다만 정부 부담은 상당하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비관세 장벽의 하나로 지도 데이터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목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안보 위험을 없앨 수 없다면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정밀 지도가 반출될 경우 국내 IT업계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모정훈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지도 데이터가 조건 없이 반출된다면 국내 IT업계, 특히 중소업체들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빅테크에 주더라도 그 데이터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도록 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6년 국내에 서버를 두고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라고 제시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지도 데이터의 유료화 방안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최진무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는 점점 더 거세질 것"이라며 "보호가 불가능해진다면 정밀 지도 데이터를 유료화해 수익을 얻고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방향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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