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공모에서도 신청기업 '0'
"민간 불리한 요건 개선돼야"
GPU 1만장 확보는 별도 추진
정부, 향후 추진방향 논의키로
SPC 설립을 통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 추진체계. 공모지침서 발췌
한국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라고도 불린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사업 공모에 아무도 신청하지 않는 일이 두 차례 벌어지면서 민간에 불리한 여러 요건들을 대대적으로 손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3일 종료된 국가AI컴퓨팅센터(SPC) 구축사업 재공고에 지원한 민간 컨소시엄이 없어 사업이 재유찰됐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2월까지 100여곳이 사업참여의향서를 냈던 것과 달리,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공모를 진행했음에도 응찰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최대 2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은 민간 컨소시엄 선정을 거쳐 공공 51%, 민간 49% 비율 합작투자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이 SPC 주도로 1엑사플롭스(EF) 이상 AI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하는 게 골자다. 당초에는 2027년 정식 개소에 앞서 기존 시설을 활용해 연내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었으나 재유찰로 불투명해졌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이번 재유찰에 대해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지난달 30일 첫 사업공고가 유찰되면서 연장공모가 결정됐지만 공모요건 변경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에선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에 보다 저렴하게 우선 서비스하고,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2030년 비중 50%)하는 등 정부 정책 목표에 맞춘 운영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센터의 수요처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 가운데 SPC 구조는 민간에 불리하게 설계된 점도 기업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정부가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데 실질적인 운영과 수익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민간 참여기업들이 지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향후 SPC 청산 시 민간 참여사들이 공공투자 지분에 대해 이자까지 얹어 매수해야 하는 매수청구권(바이백)을 비롯해 연대보증, 손해배상 등 법적인 책임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과기정통부는 추경 예산 중 1조4600억원을 투입해 엔비디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을 연내 확보하는 사업의 공모도 진행하고 있다. 당초에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 참여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할 방침이었으나 재유찰로 지연됨에 따라 별도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GPU에 대해 소유가 아니라 5년간 사용 권한을 얻는 것이고 내달 구축을 시작할 수 있게 데이터센터 상면도 준비돼있어야 한다.
때문에 엔비디아 GPU 1만장 확보사업도 실제 참여 가능 기업은 많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고성능 GPU를 필요로 하는 기업 수요가 있는 만큼 유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에 민간이 참여할 유인은 더욱 줄어든다는 점이다. 민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업요건에 대한 전면 재검토 필요성이 한층 높아진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국가AI컴퓨팅센터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현 요건에선 지속적인 손실까지 우려돼 기업들이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여러 요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AI 정책 구체화와 함께 이 사업도 검토·조정을 거쳐 제대로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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