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모는 두 차례 유찰..SK·AWS, AI 투자 본격화
총 7조 투자..AWS 40억 달러(5.5조) 투자
“수도권 쏠림 해소”… 울산, 에너지 직거래로 공급
카카오도 6000억 투자… 남양주에 두 번째 AI 센터
민간이 닦는 ‘AI 고속도로’… 정책보다 앞선 실행
[이데일리 김현아·임유경 기자] 정부 주도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두 차례 공모 끝에 참여 기업 없이 유찰되며 좌초 위기에 처한 가운데, 민간 대기업들이 독자적인 AI 인프라 투자를 앞세워 주도권을 쥐고 나섰다.
SK그룹은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7조원을 투입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카카오는 남양주에 6000억 원을 베팅한다. 글로벌에서는 아마존이 호주에 200억 호주달러(약 17조7526억원)를 투자해 아태 지역 AI 허브 전략을 본격화하기로 한 데 이어 한국에 40억 달러(5조 4712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공공 51%’에 발목 잡힌 국가 사업… 두 번의 공모 끝에 유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3일 마감된 ‘국가 AI 컴퓨팅센터’ 재공모 결과, 민간 컨소시엄이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아 유찰됐다고 밝혔다. 정부와 민간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GPU 3만장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었지만, SPC 지분 51%를 정부가 갖고 사실상 사업 전권을 쥐는 구조와 낮은 가격 요건과 수익 미보장 조건 등으로 IT 기업들이 모두 참여를 포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책임만 지고 수익은 없는 구조”라는 한계를 지적했다.
정부 주도 ‘국가 AI 컴퓨팅센터’ 사업이 유찰된 가운데, SK그룹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AWS(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해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세운다. 총 7조 원이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 인프라 구조를 해소하는 동시에, 울산의 산업 지형을 AI 기반으로 재편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AWS, 울산미포에 7조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울산미포산업단지 내 3만6000㎡ 부지에 들어서는 이 AI 데이터센터에는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SK AX, SK가스, SK머티리얼즈 등 SK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AWS는 이 중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4712억 원)를 직접 투자한다.
2025년 8월 마지막 주 기공식을 시작으로 2027년 11월에는 41MW 규모의 1차 가동에 들어가고, 2029년 2월까지 총 103MW, GPU 6만 장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1GW급으로 확장해 동북아 최대 AI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SK와 AWS는 이번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AI 데이터센터, AI반도체, AI솔루션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수도권 쏠림 해소”… 울산, 에너지 직거래로 공급
이 사업은 특히 전국 데이터센터의 82.1%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비수도권 분산 전략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울산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최종 선정했으며, 울산 내 발전 자회사인 SK멀티유틸리티가 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구조다.
AI 연산에 필수적인 대규모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LNG 기반 구역전기를 활용하고, 공냉-수냉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향후에는 부유식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도입도 검토해 기후 위기 대응에도 일조할 방침이다.
SK는 이번 데이터센터 사업을 통해 약 7만8000명의 고용 창출과 25조 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울산은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중후장대한 산업이 밀집한 지역으로, AI 기술을 접목한 제조업 혁신에 최적화된 입지라는 평가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1일 ‘2025 울산혁신콘퍼런스’에서 “울산은 전 주기 산업 밸류체인을 갖춘 도시로, AI 산업도 울산에서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울산시는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으며, AI가 울산 산업 전반에 입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SK-AWS 데이터센터는 정부 공모에 좌초된 국가 AI 인프라 정책의 대안이자, 민간 주도의 실행력이 산업 전환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주광덕 남양주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왼쪽부터) 13일 경기도청에서 ‘디지털 허브(가칭)’ 조성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도 6000억 투자… 남양주에 두 번째 AI 센터
카카오(035720)도 지난 13일 남양주 왕숙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연면적 9만2000㎡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 ‘디지털 허브(가칭)’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2026년 착공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며, 약 6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는 안산 데이터센터에 이은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AI 서비스 안정성 확보와 친환경 전환, 지역 상생을 모두 추진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는 “AI 대중화 시대를 맞아 모든 국민이 일상에서 쉽고 편리하게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카카오의 목표” 라며 “카카오 ‘디지털 허브’는 AI 대중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구축할 예정이며, 남양주 지역 발전 및 상생을 위한 협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5년 6월 14일(토) 시애틀 아마존 스피어에서 회동을 마친 후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오른쪽)와 맷 가먼 아마존 웹서비스 CEO(왼쪽)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민간이 닦는 ‘AI 고속도로’… 정책보다 앞선 실행
이처럼 정부의 AI 인프라 정책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민간 기업들은 자본과 기술을 앞세워 주도권을 쥐고 있다. 특히 AWS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확보한 SK, 자체 센터 이중화에 나선 카카오는 국내 AI 산업의 실질적 축을 형성하며 ‘디지털 주권’ 확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번 AWS의 대규모 한국 투자 역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이 선택하는 파트너십 구조와 정책 환경이 향후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 호주에 17조 투자… AI-클라우드-재생에너지 결합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조절하는 것과 달리, 아마존과 AWS는 각국 정부와 손잡고 AI데이터센터 구축에 열심이다.
아마존은 지난 14일(현지시간)호주 정부와 손잡고 역대 최대 규모의 IT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리전을 중심으로 총 200억 호주달러(17조7500억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총 11개소), AI 인재 육성,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을 함께 진행한다.
호주 정부는 이 투자가 2030년까지 연간 최대 6000억 호주달러의 GDP 기여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는 “AI와 슈퍼컴퓨팅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로의 도약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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