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지분 확보에 데이터 유출 우려 ↑
구글·MS 등 핵심 고객 계약 재검토
경쟁사는 인수 소식 후 작업량 3배 ↑
로이터 연합 제공
메타로부터 143억달러(약 19조5595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인공지능(AI)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가 주요 고객사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일감을 회수당할 위기에 처했다. 자사의 AI 모델 개발 정보가 메타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이 실제 계약을 해지하고 일감을 경쟁사에 줄 경우 AI 데이터 라벨링 산업의 지형이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감정보 유출 가능성"=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메타의 스케일AI 지분 49% 인수 소식이 알려진 12일 이후 스케일AI와 거래 중단을 검토했다. 구글은 올해 약 2억달러(약 2735억원) 규모의 라벨링 데이터를 스케일AI로부터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메타의 투자 발표 이후 대체 공급업체들과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로이터는 "구글은 이미 이번 주 스케일AI의 경쟁업체들과 대화를 시작하며 상당 부분의 업무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구글은 이미 1년 넘게 데이터 라벨링 서비스 공급업체 다변화를 추진해왔고 데이터 라벨링 계약 특성상 이러한 계약 해지 절차가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뿐 아니라 MS와 일론 머스크의 xAI도 메타의 지분 투자 이후 스케일AI와 계약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MS를 포함한 주요 기술 기업들이 스케일AI로부터 물러나고 있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 역시 계약 종료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오픈AI는 계약 해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계약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파리 비바테크 컨퍼런스에서 "경쟁사 간 인수를 이유로 서로를 배제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혁신 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협력을 유지하겠다"면서도 "스케일AI 한 곳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데이터 벤더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케일AI의 주요 고객사들이 이탈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데이터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스케일AI는 AI 모델 학습을 위한 데이터 라벨링 전문 기업으로 사람의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정제하고 라벨링해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사들은 AI 모델의 학습을 위해 연구용 데이터와 프로토타입을 스케일AI에 제공해왔다. 하지만 메타가 스케일AI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서 경쟁사 입장에서는 민감한 내부 정보가 간접적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진 것이다.
◇시장 재편 본격화= 구글 등 핵심 고객들이 이탈할 경우 스케일AI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케일AI는 매출의 80%를 구글, 오픈AI 등 주요 생성형 AI 개발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케일AI의 지난해 매출 8억7000만달러 가운데 1억5000만달러가 구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스케일AI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은 생성형 AI 모델 기업들과의 협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구글과 같은 핵심 고객을 잃을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스케일AI는 고객사로부터 독점 데이터와 프로토타입 제품을 제공받아 라벨링 작업을 수행하는데 메타가 49% 지분을 확보하면서 경쟁사가 자사 사업전략과 기술 청사진을 파악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스케일AI 경쟁사들에게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스케일AI가 맡았던 일감이 분산되면서 데이터 라벨링 시장 재편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스케일AI의 경쟁사 라벨박스는 연말까지 스케일AI에서 이탈한 고객으로부터 수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사급 전문가 인력 풀을 보유한 핸드쉐이크도 최근 작업량이 3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체 라벨링 인력을 채용해 외주를 줄이려는 AI 연구소들도 늘어나고 있다.
스케일AI의 경쟁사인 튜링의 조나단 시다르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메타의 스케일AI 인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며 "선도적인 AI 연구실들은 중립성이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임을 깨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쟁사인 레이블박스의 마누 샤르마 CEO는 "스케일 AI에서 이탈한 고객들로부터 연말까지 수억 달러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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