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경쟁 사실상 '2파전'…과제 수두룩
3대 국정과제 뒷받침·올바른 당정관계 구축
李정권 중간평가 내년 지방선거 진두지휘
정청래, 레이스 돌입…박찬대 "고민 중"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7월 2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찬대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대화하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김병기 의원(3선·서울 동작갑)이 선출된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차기 당권을 누가 거머쥘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당권 경쟁은 4선의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과 3선의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갑) 간 '2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람 모두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계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의 임기는 직전 당대표인 이재명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1년만 채우게 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집권여당 첫 당대표라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다.
만만치 않은 과제도 수두룩하다. 이재명 정부의 3대 국정 과제인 △내란 종식 △민생 회복 및 경제 성장 △국민 통합 등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종속되지 않는 '당정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정권의 첫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도 진두지휘해야 한다.
당초 민주당은 관례에 따라 전당대회를 8월에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여당 지도부 공백이 길어지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7월 중순에서 말 사이로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당대표 선거부턴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과거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14일 이 대통령의 장남 동호 씨 결혼식에 초대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정청래 의원은 자체적으로 당권 레이스에 먼저 시동을 걸었다. 정 의원은 6·3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이재명 대통령 당선 국민 감사 투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21대 대선에선 '골목골목선거대책위원회 광주·전남위원장'을 맡아 광주·전남 지역을 종횡무진 했는데, 차기 당권 준비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그는 14일엔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이 대통령의 장남 동호 씨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이 대통령이 소년공 시절 다녔던 오리엔트 공장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15일엔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다. 정 의원이 특히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30%이 분포해 있는 만큼, 당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 1기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지냈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하며 강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특히 정 의원은 야당 시절 내란·김건희 특검법 등의 법사위 통과를 주도하는 등 대여(對與) 투쟁 선봉에 섰다.
그는 2004년 1월 당시 정동영 의원이 열린우리당 의장(당대표)이 된 후 청년대표 중앙위원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같은 해 4월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정 의원은 서울 마포을 지역에서 당선돼 정동영계 인사로 원내에 입성했다. 18대 총선에선 낙선했으나,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0대 총선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됐다가, 21대·22대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되면서 4선 고지에 올랐다.
정 의원은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는데, 친문(친문재인)계·비문(비문재인)계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엄호하면서, '문재인 지킴이'로 부각됐다.
이후 이 대통령이 대권주자로 떠오르면서 그는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게 된다. 그는 2021년 페이스북에 '인간 이재명을 읽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인간 이재명과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며, 아니 흐느끼며 읽었다"며 "이재명은 대통령이 될 실력과 자격이 있다"고 했다.
친명계로 자리 잡은 정 의원은 20대 대선 패배 후 열린 2022년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에 출마해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당대표를 꿈꿨다"며 친명계에 호소해 득표율 1위로 수석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원내대표단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정진욱 원내대표 비서실장 ⓒ뉴시스
박찬대 의원도 사실상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12일 국회에서 가진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당권 도전 계획과 관련해 "주변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라는) 의견도 굉장히 많아서 솔직히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새 정부의 과제, 민주당의 과제, 또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친명계 핵심인 박 의원은 지난해 5월 단독 입후보해 사실상 추대 형식으로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그는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투톱'으로 합을 맞추며 12·3 불법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을 거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을 이끌었다. 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위해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대표직무대행을 겸했다. 대선 기간에는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공인회계사 출신의 박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정치 입문 초기에는 '손학규계'로 통했다. 그는 2009년 정계에 입문한 뒤 2012년부터 인천시당 대변인·인천 연수구 지역위원장 등을 거치며 바닥 표심을 다졌다.
첫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던 19대 총선 땐 공천을 못 받았다. 이후 20대 총선 땐 민주당이 승리한 적이 없는 '보수 텃밭'인 인천 연수구에서 출마해 214표 차이로 신승을 거두면서 원내에 진입했다. 이후 같은 지역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교육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운영위원회 등을 두루 거쳤다.
박 의원은 2021년 대선 후보 예비경선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 수석대변인을 맡았고, 본선 선대위에서도 수석대변인을 지내며 '이재명의 입' 역할을 하며, 본격적으로 '이재명 사람'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 1기 지도부'에선 최고위원을 했다.
지난해 거대 야당의 원내대표가 됐을 때 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과방위·운영위·법사위를 민주당 위원장 몫으로 가져와 실리와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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