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대, 저가 센서로 호흡 속 극미량까지 감지
메탄올이 섞인 불법 술을 마신 뒤 사망한 관광객이 머물렀던 라오스 방비엥 마을의 한 호스텔 모습./AP통신
같은 알코올이지만 에탄올은 술을 만들고 메탄올은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다.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관광객들이 메탄올이 들어간 가짜 술을 마시고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외관이나 냄새로는 도저히 구별할 수 없어 속는 일이 허다하다.
호주 과학자들이 술은 물론, 마신 사람의 날숨에 있는 극미량의 메탄올까지 감지할 수 있는 휴대용 감지기를 개발했다. 고가의 복잡한 분석 장비 없이도, 가짜 술 피해를 막을 길이 열렸다.
두산 로시치(Dusan Losic) 애들레이드대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술의 증기나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50ppm(1ppm은 100만 중의 1) 농도의 메탄올까지 감지할 수 있는 손톱만 한 크기인 약 1㎠의 무선 메탄올 감지 센서를 개발했다”고 지난 1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ACS) 센서’에 발표했다.
이 정도 농도는 중독까지 부르지 않는 낮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 장치가 여행 중 음주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물론, 메탄올 중독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번 센서는 고감도 전도성 물질인 그래핀과, 금속유기구조체(MOF)로 만들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처럼 6각형으로 연결된 판형 물질로, 구리보다 전류를 1000배나 잘 흘린다. MOF는 내부에 수많은 통로와 구멍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표면적이 엄청나게 크다.
극미량의 메탄올이라도 MOF는 표면적이 커 반응하기 쉽다. 그래핀은 이때 미세하게 바뀌는 전류를 포착해 메탄올 분자를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두 물질을 잉크 삼아 세라믹 기판 위에 뿌려 3D 프린팅 방식으로 센서를 제작했다. 또한 인공지능(AI)으로 성분 분석 정보를 학습시켜 메탄올과 에탄올, 다른 독성 물질을 구별하는 센서 능력을 키웠다.
기존에 메탄올 감지에는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GC-MS)이 주로 사용됐다. GC-MS는 복잡한 혼합물질을 분석하는 데 탁월하지만, 고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해 일반 소비자나 여행객이 사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
로시치 교수는 “의료진이나 일반인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하고 휴대 가능한 감지 장치가 절실하다”며 “이번 센서는 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아주 낮은 농도의 메탄올도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 연구진이 술은 물론, 마신 사람의 날숨에 있는 극미량의 메탄올까지 감지할 수 있는 휴대용 감지 센서 기기를 개발했다./애들레이드대
메탄올로 만든 가짜 술은 동남아시아를 찾는 관광객에게 실질적인 위협이다. 지난해 태국과 베트남, 라오스의 유명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메탄올 술을 마시고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국경없는의사회(MSF)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메탄올 중독으로 매년 피해를 수천 명이 피해를 입고 그중 20~40%가 사망하고 있다.
에탄올과 메탄올은 둘 다 알코올로 분류되는 무색 액체로 향도 비슷하다. 하지만 용도는 완전히 다르다. 에탄올은 값비싼 화학 물질로 맥주, 와인, 증류주와 같은 알코올 음료 제조에 사용된다. 반면 메탄올은 고체 연료, 부동액, 폐수처리 촉진제 등으로 사용되는 산업용 화학물질이다.
메탄올은 독성이 강해 소량만 마셔도 건강에 치명적이다. 메탄올을 섭취하고 후 몇 시간이 흐르면 간에서 분해되기 시작하는데, 이 대사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포름산 등 독성 부산물이 생성된다. 이러한 부산물이 쌓이면 우리 몸의 신경과 장기를 공격해 실명, 혼수, 심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애들레이드대의 독성학자인 이안 머스그레이브(Ian Musgrave) 교수는 “일반 알코올과 메탄올, 그리고 그 외 오염 물질을 구별할 수 있는 빠르고 간단한 장치가 있다면 중독 예방은 물론 치료까지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ACS Sensors(2025), DOI: https://doi.org/doi/10.1021/acssensors.4c0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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