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미디어 파도] 챗GPT처럼 '검색'하는 변화에 맞춰 네이버 개편
구글 오버뷰 등 AI검색 활성화에 언론사 트래픽 급감
AI 학습뿐 아니라 단순 참조도 생태계 파괴하는 문제
네이버 "창작자 부각" 강조했지만 타격 불가피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용자들이 검색이라는 서비스를 생각하는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말이다. 그는 “네이버에 입력하는 쿼리(검색어 입력)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 긴 문장으로 된 쿼리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이에 맞는 서비스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과거 이용자들은 포털 등 검색엔진에 접속해 검색하려는 대상을 명사로 입력했다. '서울 여의도역 치킨 맛집'을 검색하면 검색엔진이 일치도가 높은 게시물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3명이서 먹기 좋은 서울 여의도역 주변 치킨 맛집은 어디가 있을까'를 묻는 식으로도 검색한다. '전남 여행지'를 검색하는 대신 '7살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전남 여행지를 추천해줘'라고 묻는 경우도 있다. 이용자들이 챗GPT를 비롯한 AI와 소통에 익숙해진 데다 구글, 빙 등이 이미 검색에 AI를 접목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AI탭' 신설해 검색에 접목
네이버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네이버 D2SF 강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네이버검색 서비스에 AI를 접목한 '통합 에이전트'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내년 'AI 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탭을 통해 콘텐츠와 관련한 검색은 물론 정보·쇼핑·로컬·금융 등을 묶어 통합적인 AI검색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네이버 D2스타트업팩토리(D2SF) 강남에서 진행된 '인공지능(AI) 시대의 네이버 검색' 기자 간담회에서 김재엽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예를 들어 검색창에 '7살 아이와 함께 갈 만한 전라남도 여행지를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여행지를 추천하는 AI 답변을 제시한다. 이어 'AI 탭'을 활용해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 여행 동선, 여행지 주변 맛집, 숙소 등을 추천 받아 예약 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네이버는 블로그, 카페 등 정보를 활용하고 네이버 지도, 네이버 플레이스 등 서비스와 연계해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도입된 AI를 통해 검색 결과를 요약해주는 'AI 브리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검색 결과의 3% 정도만 노출하는데 연내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금융·헬스케어 등 다양한 주제에 특화된 AI브리핑을 출시하고, 브리핑 유형도 해외문서 번역 및 요약 등 여러 국가의 언어를 지원하고, 긴 영상 핵심 요약 등 멀티미디어와 결합한 방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는 “주제별 AI 브리핑은 향후 버티컬 AI 에이전트의 초석이 될 예정”이라고 했다.
AI검색, 대세가 되다
네이버가 AI검색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은 해외 사업자들의 선제적인 AI활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챗GPT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챗, 퍼플렉시티 AI에 이어 지난해 구글이 출시한 'AI 오버뷰'가 업계 판도를 뒤흔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 구글 검색 AI오버뷰 예시화면.
'AI 오버뷰'는 구글 검색창에 '한강이 노벨상을 받은 이유'를 검색하면 AI의 답변을 우선 제시하는 식이다. 답변 우측에는 출처가 된 사이트 링크를 띄운다. AI가 검색의 의도를 파악해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게 되면서 이용자가 특정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일일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구글은 챗봇 기능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기능 등 AI검색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네이버도 대응이 불가피한 데다 이용자들의 검색패턴 변화까지 감지되면서 네이버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AI검색 출시 후 언론사 트래픽 급감
해외에선 AI검색이 보편화되면서 언론사, 블로그 등 창작자들의 위기감이 크다. '한강 노벨상 수상 사유'를 AI 답변을 통해 파악해 굳이 언론사 기사를 검색하지 않고 웹 서핑을 끝낼 수 있다. 구글이 언론사 링크를 우측에 제시했지만 이미 정보 파악이 끝났기에 클릭할 요인은 크게 떨어진다. 그만큼 언론사 트래픽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십 곳의 블로그 글을 찾아보면서 여행코스와 맛집을 찾는 대신 AI검색 한 번에 모든 정보를 취합할 수 있게 되면서 블로그 접속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지난 4월 트래픽은 전년 4월 대비 55% 급감했고 허프포스트, 워싱턴포스트도 같은 기간 절반 이상의 트래픽이 줄었다. 뉴스미디어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4월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패션·여행·라이프스타일·DIY 등 다양한 분야의 25개 중소 웹사이트 트래픽이 구글의 AI검색 요약기능 도입 이후 감소했다. 한 사이트는 구글 유입 트래픽이 70% 이상 감소했고, 광고 수익이 65% 줄었다.
언론사를 비롯한 웹사이트 접속량이 줄어드는 건 이들 업계의 경제적 위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BBC의 지난 13일(현지시간) 낸 <구글이 웹을 파괴하려 하나?> 기사에서 마케팅업체인 암시브 (Amsive) 의 검색 엔진 최적화(SEO) 전략 및 연구 담당 부사장인 릴리 레이는 “수백만 개, 어쩌면 그 이상의 웹사이트에 달하는 검색 트래픽에 의존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네이버 '창작자' 우대 강조했지만…
국내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는 네이버마저 AI검색을 보편화하면 국내 언론도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있다.
챗GPT 등 생성형AI 서비스 초기엔 AI업체가 무단으로 언론사의 뉴스를 학습했는지가 쟁점이 됐지만 최근엔 학습을 하지 않더라도 언론 기사를 참조해 제시하는 AI 답변에 따른 반발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서 다니엘 코피 뉴스미디어연맹 대표는 “링크는 언론에 트래픽과 수익을 주던 마지막 생명줄”이라며 “구글은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가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하는 '절도'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네이버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창작자 지원'을 강조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AI검색 환경에서 콘텐츠 창작자를 부각하고 지원하는 'AI 하이라이트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AI 브리핑에 인용된 창작자 콘텐츠를 배지로 강조해 콘텐츠에 유입될 수 있게 하거나, 검색에 최적화된 출처들을 모아 소개하고 카페 가입, 이웃 맺기, 유료구독 등을 바로 할 수 있게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사들은 네이버에 AI학습 등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지상파방송 3사는 자사 뉴스와 콘텐츠 등을 네이버가 생성형 AI 학습에 무단 활용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4월 뉴스 콘텐츠 무단 AI 학습 등 의혹이 있다며 네이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네이버는 무단 학습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의 AI검색 서비스가 강화되면 구글과 마찬가지로 단순 참조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신한수 한국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토론회에서 네이버를 상대로 문제 제기하는 이유에 관해 “우리 기업에게 말해야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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