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인플루언서 '뒷광고' 문제 어떻게 규제하나
프랑스, 2023년 세계 최초 인플루언서 규제법 도입
스페인, 법정 의무 위반하면 최대 15만 유로 과징금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영향력 있는 유튜버들이 레고부터 명품백까지 수많은 상품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시대다. 신뢰감을 주기 위해 '내돈내산' 강조 영상이 눈에 띄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국내에선 2020년 유튜버 뒷광고(대가를 받고도 받지 않은 것처럼 영상을 구성하는 행위) 논란이 불거지고 공정위가 표시광고법을 개정해 뒷광고시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으나 소비자 기만행위는 이어지고 있다. 제재 대상이 광고를 의뢰한 사업자 중심이어서 정작 광고에 나선 인플루언서 처벌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외 상황은 어떨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간한 미디어이슈리포트 <유럽 주요국의 인플루언서 규제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2025년3호)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3년 6월 세계 최초로 인플루언서 규제법을 도입했다. 인플루언서, 브랜드, 플랫폼 모두 규제 대상으로, 뒷광고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광고임을 인지할 수 있는 문구를 콘텐츠에 표시해야 하고, 성형수술이나 암호화폐 등 위험 상품에 대한 홍보를 금지했다. 미성년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는 별도의 아동 디지털노동 보호법을 연계 적용했다. 프랑스는 '전자적 수단에 의한 상업적 영향력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을 인플루언서로 정의했으며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거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표현, 인종·성별·외모·종교 등에 기반한 혐오 표현이나 폭력 미화, 경쟁자 상품 비방 등을 금지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 경쟁·소비·부정 방지국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다이어트 제품 등을 광고한 인플루언서들을 단속하고 벌금을 부과했다. 법 위반 시 최대 징역 2년형과 30만 유로(약 4억6000만 원)의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법원이 인플루언서 활동을 일정 기간 중단하거나, 계정을 폐쇄할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플랫폼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사용자 신고가 접수되면 불법 콘텐츠를 즉시 삭제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광고자율심의기구는 2021년부터 '책임 있는 인플루언서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업계 자율규제도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은 2022년 시청각 커뮤니케이션 일반법을 전면 개정해 유튜버, 스트리머 등 인플루언서들을 '시청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제공자'로 규정하고 감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스페인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스페인 시장을 대상으로 유튜브 채널이나 틱톡 계정을 운영하면 해당 법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연간 수익이 30만 유로 이상이고 단일 플랫폼에서 100만 명 이상 팔로워가 있는 경우 시청각 미디어 사업자로 간주해 스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등록 및 감독 대상이 된다. 콘텐츠 품질 및 제한 측면에서 스페인은 인플루언서에게 방송사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스페인 방통위는 법정 의무를 위반한 인플루언서에 최소 1만 유로에서 최대 15만 유로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대형 플랫폼들은 소비자가 해당 게시물이 광고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광고 식별 기능을 플랫폼에 탑재하고, 인플루언서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며, 이용자 신고에 대응해 위법 콘텐츠를 삭제해야 한다.
이탈리아 통신보호청은 2023년 “인플루언서들의 서부시대는 끝났다”며 주요 인플루언서들을 방송 매체처럼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팔로워 100만 명 이상인 인플루언서를 '디지털 방송 매체'로 간주, 이들의 콘텐츠가 전통 미디어와 동일한 규제 기준에 따르도록 감독하고 있다. 벌금 상한은 60만 유로까지 높이고, 규정 위반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제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는 사실상 방송심의에 준하는 권한을 통신당국에 부여한 상황이다.
2022년 제정된 EU의 DSA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 법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광고의 투명성 확보, 불법 콘텐츠의 신속한 삭제, 알고리즘 작동 방식의 공개 등 다양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플루언서가 제작한 콘텐츠 역시 플랫폼 차원에서 감시와 조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단순한 창작자를 넘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책임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게시물이 부적절하거나 오해를 유발하거나 불법 요소를 포함하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유럽 주요국의 사례는 인플루언서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광고 투명성 확보, 소비자 보호, 청소년 안전 등의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응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존의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등의 틀 내에서 일정 부분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규율하고 있으나,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미디어 환경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제도적 대응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U의 DSA처럼 플랫폼 차원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체계가 이상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법률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플랫폼이 광고 식별 기능을 강화하고 이용자 신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충분히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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