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이브·예루살렘 공격…이스라엘 “대부분 격추”
이스라엘, 이란 미사일 거점 파괴..핵시설 재차 타격
미군도, 이란 미사일 요격에 지원..사드도 운용
트럼프 "이란 공격 사전감지…지금도 핵협상 가능”
국제유가 7%↑·국채금리 치솟아…금융시장 급변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과 군 지휘부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가운데, 이란이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주요도시에 발사하며 전면적인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며 시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군도 이란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지원하는 등 중동 확전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에서 이스라엘로 발사된 미사일의 잔해가 6월에 요격된 후 가자 지대 상공에 떨어지고 있다. (사진=AFP)
이란, 수백발 미사일 발사…이스라엘 “대부분 격추”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날 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수도 텔아이브와 예루살렘에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란은 시온주의 정권의 최근 잔혹한 공격에 대해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시작했다”며 “이란은 점령지(이스라엘)를 향해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에서 이번 보복 작전이 ‘진실의 약속Ⅲ’로 명명됐다며 “시온주의자 정권의 군사 중심지와 공군기지 등 목표물 수십 곳에 대한 압도적이고 정확한 대응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 작전명은 작년 이스라엘 본토를 겨눈 두 차례 공습의 연장선이라는 의미다.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경보가 울렸고 텔아비브 상공에는 미사일이 포착됐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이란이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에피 데프린 대변인은 이란이 두 차례에 걸쳐 발사한 미사일이 100기에 못 미치며, 대부분 이스라엘 영토 진입 전에 격추됐고 일부 건물만 파편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발사 거점을 파괴하고,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핵시설을 재차 타격했다고 밝혔다. 나탄즈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해온 핵심 지하시설로, 미국과 유럽은 해당 시설이 핵무기 개발과 직결된다고 우려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공습경보 발령 후 1시간여가 지난 오후 10시20분께 국내 모든 지역에서 방공호에서 나와도 된다고 시민들에게 공지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구조당국 마겐다비드아돔은 텔아비브 등지에서 35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1명이 위독하고 다른 4명이 중상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이번 작전은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란 국민에게 “당신들의 지도자에게 맞서야 한다”며 “나는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
미군도, 이란 미사일 요격에 지원..사드도 운용
미군 역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이란의 미사일과 발사체를 요격하는 데 지원하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NBC에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 이전에 이미 미 국방부가 중동 지역에 군 자산을 배치해뒀다고 밝혔다. 해당 자산에는 이란의 공중 반격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 해안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이 포함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NBC는 미군이 지상 요격 체계인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패트리엇 미사일도 운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13일(현지시간) 이란의 지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를 정밀 타격하는 ‘일어서는 사자 (Operation Rising Lion)’ 작전을 단행했다. 이란 언론은 공습으로 민간인 거주지역도 피해를 입어 아파트 단지가 붕괴되고 80여 명이 숨졌으며, 3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테헤란 시내 환전소로 몰려들었고, 외국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에 이란은 자국 핵심 시설과 고위 지휘부에 대한 “전례 없는 침공”이라며 보복을 다짐해왔다.
이란 IRNA통신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고군사령관인 모하마드 바게리 합참의장과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 등 20여 명의 고위 장성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핵과학자 6명도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민간인 약 80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는 작년 레바논 헤즈볼라 지도부가 일거에 제거된 이스라엘 공습을 연상케 하는 수준이다.
모하마드 팍푸르 신임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이들을 죽이는 정권에 지옥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미국, 이란 공격 사전감지…트럼프 “지금도 핵협상 가능”
마국 역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사전에 감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며, 이란이 아직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협상에 나설 기회는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자존심과 죽음을 피하길 바랐다”며 “지금도 협상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아무것도 남기 전에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으며, 이란은 미국과의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에서 마지막 제안을 거부한 상태였다.
국제유가 7% 이상 급등·국채금리 치솟아…금융시장 급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과 이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보복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7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7.0% 상승한 배럴당 74.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7.3% 급등한 72.98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이다.
현재까지 이란 내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직접적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유조선 공격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인 하루 1800만~1900만 배럴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입국 원유도 이곳을 거친다. JP모건은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는 최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3개월 가격 추이 (그래픽=CNBC)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둔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이날 국채금리가 치솟은 것도 이런 이유다. 통상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수요가 쏠리면서 국채금리가 떨어지지만, 이날 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5bp(1bp=0.01%포인트) 오른 4.407%,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4.4bp 상승한 3.95%에 거래를 마쳤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말렉은 “이번 분쟁은 이미 시장이 안고 있는 상당한 수준의 우려들에 또 다른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유가 급등이 지속된다면, 이는 인플레이션 수치에 거의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내다봤다.
낮은 국제유가와 국채금리는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었지만,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날 뉴욕증시 3대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9% 급락한 4만2197.79,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3% 하락한 5976.97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1.30% 떨어진 1만9406.83에 거래를 마쳤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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