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특위 구성해 개혁”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2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3선 김병기(64·서울 동작갑) 의원이 13일 선출됐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앞으로 1년간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집권 여당이 된 167석 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을 맡는다. 김 원내대표는 22대 총선 때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그는 친명(親明)계 인사들을 대거 발탁한 공천 실무를 주도했고, 민주당이 그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친명계 핵심으로 떠올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서영교(60·서울 중랑갑) 의원을 꺾었다. 김 원내대표는 “개혁 동력이 가장 강한 (새 정부 출범) 1년 안에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검찰·사법·언론 등 산적한 개혁 과제를 신속·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반헌법특위를 구성해 진실의 마지막 조각까지 찾아내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내란에 책임 있는 자들은 두 번 다시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부터 6개월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이재명 정부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했다.
이날 원내대표 선거는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20%)와 국회의원 투표(8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민주당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원 투표를 반영한 건 처음이다.
그래픽=이철원
◇‘李의 블랙요원' 자처한 국정원 출신… 비명횡사 공천 주도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는 작년 총선 민주당 공천 때 비명계 인사들을 대거 낙천시킨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 실무를 주도한 친명 강경파로 꼽힌다.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인 그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 캠페인을 하면서 자기를 “이재명의 블랙”이라고 소개했다.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국정원 ‘블랙 요원’처럼 물밑에서 이 대통령을 뒷받침해 왔다는 뜻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저를 선출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교두보가 돼 달라는 뜻일 것”이라며 “500만 당원과 선배·동료 의원들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대한민국 재건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 종식,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하나의 트랙으로,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또 하나의 트랙으로,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 재건을 또 다른 트랙으로 삼겠다”며 “1년간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문진석 의원,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에 허영 의원, 원내소통수석부대표에 박상혁 의원 등으로 원내 지도부를 꾸려 임기를 함께할 계획이다.
김 원내대표는 전임 원내 지도부 때부터 추진해온 쟁점 법안 처리 방침도 밝혔다. 그는 전임 원내 지도부가 상법 개정안과 ‘방송 3법’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12일 본회의를 열려고 했다가 철회한 것과 관련해 “(법안들을) 상의해서 처리하겠다”며 “상법은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가 신속 처리를 언급한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액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장기 전략 수립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은 지난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상법 개정안을 대선 승리 후인 지난 5일 재발의했다. 대부분 조항의 시행 시기를 ‘법 공포 즉시’로 규정했다.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개정안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학계와 기자, PD 연합회, 시민사회 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에선 여권이 방송 3법 개정을 통해 친여 성향 인사를 이사진에 대거 포진시켜 공영방송을 민주당의 우군으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한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2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신임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이 대통령 방탄 3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이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혐의의 근거 조항이 된 허위 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게 골자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강경파가 주도해 발의한 검찰 개편 법안 처리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편 법안을 무더기 발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때 서울 동작갑에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2021년 대선 때 이 대통령 캠프인 ‘열린 캠프’에 합류해 현안대응TF단장을 맡았다. 2022년 6월 민주당 재선 모임이 이 대통령의 민주당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공개 요구했을 때 재선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22년 대선에서 패한 이 대통령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할 때는 앞장서서 출마를 권유했다. 2023년 9월 국회에서 비명계의 이탈로 이 대통령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김 원내대표는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며 “대표님, 이제 칼을 뽑으십시오”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김 원내대표 아들의 국정원 취업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당선되면서 큰 영향은 없었던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아들 취업 논란과 관련해 “(내용이 맞는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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