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강력히 반대해 오던 이스라엘이 ‘일어서는 사자’ 작전을 단행해 이란 핵시설을 선제 타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 최고 사령관과 핵 과학자들이 사망하고 핵 시설이 파괴된 가운데, 이란은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번 공습은 양국 간 전면전을 넘어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공습 직후 성명에서 “지난 몇 달간 이란 정권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고 있는 증거가 확보됐다”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비밀 기술 개발 계획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했다.
수천㎏에 달하는 농축우라늄 생산으로 단기간 내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핵폭탄에 적합한 무기 부품 생산도 진전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은 수십 년간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국제사회는 외교적 방식으로 이를 제지하려 노력했지만, 이란은 이를 무시해 왔다”며 “이제 이스라엘은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장거리 미사일 및 탄두 개발과 중동 내 테러 조직 지원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간접적인 위협 행위를 지속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 “군 정보기관은 ‘이스라엘 파괴’라는 구체적 계획에 대한 방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면밀히 분석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이번 ‘일어서는 사자’ 작전에 전투기 약 200대를 투입해 이란 전역 100여 개 목표를 동시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최고 사령관 호세인 살라미와 핵 과학자를 포함한 고위 인사들이 사망했으며, 주요 핵시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측은 이번 작전이 며칠간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습 배경은 ‘정권 위기 돌파용?’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미국마저 만류해온 이란 핵시설 공습을 감행한 것은 단순한 ‘핵 위협 저지’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본다.
네타냐후 내각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에 몰렸고, 하마스와의 전면전과 동시에 헤즈볼라·후티 반군 등과 다면전을 펼치며 정권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전쟁의 긴장이 점차 줄고 하마스·헤즈볼라 수뇌부가 대부분 제거되면서 야권의 네타냐후 퇴진 압박이 다시 거세졌다. 특히 공습 하루 전인 지난 12일, 야권이 발의한 연립정부 해산안이 의회에서 가까스로 부결된 것도 이번 공습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타냐후가 속한 집권 리쿠르당은 연정 파트너인 보수 종교주의 진영의 ‘징집 확대 반발’로 이탈 조짐을 보이자, 극적 타협으로 가까스로 막았지만, 정권 불안은 여전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핵시설 타격’이라는 강수를 두며 국내 여론을 외부로 돌리고 안정적 통치 기반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라 화염과 연기가 솟아오르는 이란 테헤란. 연합뉴스
美 만류에도 공습 강행…‘트럼프와 교감 있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암묵적인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자위를 위해 단독 행동했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 측은 “공습과 관련해 미국과 완전히 공조했다”고 밝혔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하루 전 “임박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이) 매우 가능성 높은 일”이라고 언급했고, 이 발언이 이스라엘에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후 트럼프는 SNS에 “우리는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고 발언을 바꿨는데, 이는 이란 측에 공습 정보를 노출할 우려 때문이었다는 해석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6차 핵협상을 앞두고 있었으나, 이란은 공습 직후 협상 불참을 통보했다.
CNN은 “이스라엘의 공습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분명한 결별일 수 있다”고 전했고, 트럼프의 향후 입장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의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일부 허용하는 협상안을 마련한 데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왔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농축은 어떤 형태로도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이스라엘, 씁쓸한 운명 자초…美도 보복 대상”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의 악랄한 본성이 드러났다. 이스라엘은 씁쓸한 운명을 자초했다”고 경고했고, 이란 군 대변인은 “이스라엘과 미국은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해에도 보복 타이밍을 조율해온 만큼, 이번에도 일정 정비 이후 적절한 시점에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역내 미군 등 이스라엘 동맹 세력을 타격할 수도 있어, 중동 전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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