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5대 그룹 총수와 경제 6단체장을 만나 “불필요한 규제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기업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경제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이 대통령의 주요 7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경제 현안과 관련해 경제계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저희는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거라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특히 규제 합리화 문제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실용적이고 유연한 통상 정책을 통해 위기 극복에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와 관련해 실무 협의를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의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우리 기업이 성장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정부 인선과 관련해서도 “가능하면 산업·경제 영역은 현장의 여러분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 중”이라며 인사 추천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다만 이 대통령은 “기업 내부 문제, 노동 문제나 중소기업 문제 등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도 꽤 중요한 일”이라며 “과거처럼 부당 경쟁 또는 일종의 특혜나 착취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그 불신들을 조금 완화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계 간담회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20분 가까이 이어졌다. 간담회가 길어지면서 이 대통령은 중간에 도시락 주문을 요청, 기업 총수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현안 논의를 이어갔다.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발언을 했는데, 이 대통령은 이를 듣고 ‘알았다’고 하거나 배석한 공무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선 다시 한번 회의를 해보자’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이야기를 듣는 게 이 대통령의 스타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이 현안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했고, 토론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오갔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에게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관세 전쟁이 우리 산업 경쟁력과 수출 기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민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고, 합리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재계 총수들은 국내 투자, 고용을 비롯해 사회 공헌에 힘쓰겠다는 뜻을 대통령에게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에 공감한다”면서 “첨단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국내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했다.
경제계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도 이어졌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지난해 100만명 넘게 폐업했고, 올해도 2월까지 20만명 이상 폐업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경기가 어려운 것도 맞지만 근본적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줄면서 소비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많은데 대통령이 현장에 오셔서 격려해주고, 간담회를 개최해주면 좋겠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번 여름부터 대대적인 ‘국내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벌여 내수 회복의 불씨를 살리겠다”고 제안했다.
최근 대통령의 외교안보 행보에 대한 경제계의 평가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문 회장은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고 했는데, 대북 확성기를 전면 중단하고 북한도 이에 화답해서 소음 방송을 끈 것은 잘된 일”이라며 “개성공단에 처음 진출했던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남북 경협이 잘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이 발언 도중 “대통령이 되시고 나서 제가 (이 대통령) 자서전을 읽어봤다”고 하자, 이 대통령이 “아 그러셨어요?”라고 하며 참석자들이 다같이 웃기도 했다. 산업계 전기료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야기가 나온 뒤에, 남북이 서로 방송을 중단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 대통령이 “서로가 전기료 아끼려고 그런 거 아니냐”고 농담을 했을 때도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이날 상법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과 같은 재계의 민감한 현안에 대한 논의는 깊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건의에 대해선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상속·증여세 개선을 건의하자,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나의 철학도 그렇고, 국민들도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에 “대통령을 5년 마치고 잘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국민들을 잘 살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니까 여러분과 내가 정말 국민들 잘 살게 만들도록 노력을 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