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센트가 넥슨 오너일가 측 지분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진 가운데, 텐센트가 지분을 다수 보유한 국내 게임사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최대주주와 텐센트 간 지분 격차가 적어 혹시 모를 경영권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2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중국 텐센트홀딩스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가족 등 주주들과 만나 넥슨 인수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족 측도 자문단과 협의하며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 김 창업자의 유족인 부인과 두 딸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 67.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넥슨의 경영권도 이들이 보유했지만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미 2022년 고 김 창업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직후 경영권 매각을 고려, 글로벌 게임회사들을 접촉했고 텐센트 역시 그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와 계열사인 NXMH BV는 일본 상장사인 넥슨 재팬의 지분 44.4%를 보유하고 있어 텐센트가 전체 지분을 매수할 경우 거래 규모는 약 20조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김 창업자 사망 이후 부인과 두 딸이 상속세 대신 정부에 물납한 NXC 지분 30.64%를 텐센트가 인수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친다. 한국 정부가 해당 지분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경영권이 붙지 않은데다 지분 가치가 4조7000억원 수준으로 커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한국 정부가 직접 중국에 국내 1위 게임회사 지분을 넘겼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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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설에 넥슨·넥슨게임즈 주가 급등…이틀 연속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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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이후 넥슨 자회사인 넥슨게임즈 주가는 급등했다. 13일 넥슨게임즈는 장중 한 때 전일대비 23% 넘게 급등해 1만8880원을 찍기도 했다. 전날 11%대 상승에 이어 이틀째 강세다. 넥슨 재팬 역시 이날 일본 증시에서 8% 넘게 급등하며 시장 참가자들이 넥슨 매각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다만 넥슨 측은 매각설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분 매각이 오너 일가의 결정에 오롯이 달린 탓이다.
A 업체 관계자는 "넥슨 지분 규모가 워낙 커 중국 자본 아니면 인수하기 힘들지 않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모든 것이 유족 의중에 달린 상황이어서 예측하기 어렵다"며 "넥슨이 국내 최대 게임사여서 상징성이 큰 데다 인기 IP(지식재산권)도 많은 만큼 업계에서 이번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텐센트 본사 건물
국내 게임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텐센트가 2대 주주로 올라 있는 게임회사는 크래프톤, 넷마블, 시프트업, 웹젠이고, 카카오게임즈 지분도 일부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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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넷마블·시프트업·웹젠 2대 주주에 텐센트…적대적 M&A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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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텐센트 산하의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IMAGE FRAME INVESTMENT(HK) LIMITED)' 지분이 14.62%로, 장병규 의장(15.70%)에 이은 2대 주주다. 최대주주와의 격차가 불과 1% 포인트 남짓이다. 다만 김창한 대표 등 특수관계자를 포함하면 장병규 의장 측 지분은 22.76%로, 텐센트와 8%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넷마블 역시 텐센트가 산하 '한리버 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 PTE. LTD.)'를 통해 지분 17.52%를 보유해 방준혁 의장(24.12%)에 이어 2대 주주다. 임원들을 합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24.17%로, 6.65%포인트 차이다.
시프트업도 텐센트가 '에이스빌 피티이(ACEVILLE PTE. LTD)'를 통해 34.85%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김형태 대표이사(38.85%)에 이은 2대 주주다. 두 주주 간 차이는 4%포인트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자 지분이 있지만, 대부분 스톡옵션 행사가 예정된 지분이어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시프트업은 "텐센트와의 관계가 좋아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웹젠도 김병관 최대주주(27.60%)에 이어 텐센트(20.66%)가 2대 주주다. 이외 카카오게임즈(3.89%) 지분도 갖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텐센트와 적극적 전략적 제휴를 진행해 왔고, 별다른 경영권 간섭이 없었던 만큼 괜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한한령이 해제되는 상황에서 언제 입장이 달라질지 몰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텐센트의 막대한 자본력을 고려하면 적대적 M&A에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B 업체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텐센트의 도움이 필수였고, 그동안 텐센트가 일절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 인수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중국 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국내 게임업계가 중국 영향력 아래에 놓일 수 있고 자생력이나, 경영권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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