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태크쇼 중 넘어지는 말.[PETA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왜 이렇게까지 빨리 달려?”
최고 속력으로 질주하던 중 그대로 고꾸라지는 말. 속도를 이기지 못한 말은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다리가 부러진다.
경기 중 일어난 단순 사고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예견된 사고에 가깝다. 사람 나이로 10살 남짓, 아직 뼈도 굳지 않은 성장기의 ‘어린 말’이 동원되기 때문.
2세도 채 되지 않은 말을 최고 속력으로 달리게 시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말을 팔기 위한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수 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린 나이에 ‘전력 질주’를 시키는 관행이 향후 경기력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언더태크쇼 중 넘어지는 말.[PETA 홈페이지 갈무리]
글로벌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어린 말을 대상으로 경마용 속도 테스트를 진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생후 24개월 된 암말이 경기장에 고꾸라져 다리가 부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이같이 어린 말을 대상으로 하는 속도 테스트를 ‘언더태크쇼(Under Tack Show)’라고 통칭한다. 실상은 속도에 따라 값을 매기는 ‘경매’에 가깝다. 아직 경마에 데뷔하지 않은 말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리는 모습을 공개하고, 속도에 따라 몸값을 높게 받는 과정이다.
언더태크쇼 모습.[PETA 홈페이지 갈무리]
언더태크쇼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경주마 산업에서 흔하게 시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 켄터키 등 주요 말 산업 지역에서 매년 수백마리 이상의 경주마들이 언더태크쇼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말들이 무리한 속도로 달리며,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다는 것이다. 언더태크쇼에 나오는 말들은 대부분 생후 24개월 미만에 해당한다. 아직 뼈와 골격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성장기’에 무리한 운동을 강요하는 셈.
언더태크쇼에서 부상을 당한 말이 안락사되고 있다.[PETA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 언더태크쇼에서 말들이 사망하는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PETA는 미국 메릴랜드주 파시그-팁턴 경매에서 다리부상을 입은 말을 안락사시키는 장면을 포착했다. 아울러 극심한 더위 속에서 질주하던 말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고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마업계에서는 말들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치르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단거리에서 높은 속도를 내도록 하는 테스트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실제 경기에는 이처럼 빨리 달리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언더태크쇼에서 부상을 당한 말이 안락사되고 있다.[PETA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 언더태크쇼는 100~200m 단거리로 이뤄진다. 하지만 실제 경기의 단거리 경주는 1000m 이상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 주요 경기에서도 최소 기준이 1000m, 최대 3200m까지 장거리 경기가 많다.
경마업계 내부에서도 언더태크쇼가 실제 경주마의 장기적 성과나 경주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마 컨설팅 회사 EQB의 부사장인 패티 밀러는 “속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며 “말들의 복지를 파괴하고 위탁자들의 생계를 해친다”고 지적했다.
언더태크쇼에서 부상을 당한 말.[PETA 홈페이지 갈무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극단적인 단거리 전력 질주를 시키는 관행이 되레 말의 관절, 뼈, 근육 등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언더태크쇼를 통해 말들의 경주력이 되레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20년 발표된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경주마의 고속운동 누적 거리가 1km 증가할 때마다 부상 위험은 2%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마의 고속 운동 이력이 추후 근골격계 부상의 중요한 위험 요소로 확인됐다는 것.
이에 언더태크쇼 관행을 폐지하고, 보다 안전한 방식의 경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PETA는 “판매를 늘리기 위해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말들이 한계점까지 달리도록 강요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말이 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달리기 속도로 제한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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