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IT·엔비디아 연구팀 새 알고리즘 개발
'샘플링+최적화' 기술 결합한 작업·모션 플래닝
CUDA 활용 수천개 솔루션 동시 추론 및 개선
빅데이터 머신러닝 없이 쉽고 다양한 적용 기대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만약 여행 짐에서 깨지거나 찌그러지기 쉬운 물건이 있다면 안전하게 분류해 짐을 싼다. 인간은 강력한 시각 및 기하학적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약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누구나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반면 로봇에겐 많은 행동, 제약 조건, 기계적 기능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계획 과제다. 머신러닝 기반으로 로봇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기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만약 로봇이 스스로 앞을 내다보면서 적합한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사진=MIT News)
13일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소식지에 따르면, MIT와 엔비디아(NVIDIA) 리서치 연구팀은 로봇의 계획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가속화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각 잠재적인 동작을 한 번에 하나씩 테스트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이 알고리즘 기반 로봇은 수천 가지 가능한 동작을 동시에 평가해 환경 조건에 최적화한 솔루션을 정제해 예측하며 몇 초 만에 여러 단계의 조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작업·모션 플래닝(TAMP) 알고리즘 ‘cuTAMP’는 로봇의 고수준 동작 시퀀스인 작업 계획과 함께, 관절 위치 및 그리퍼 방향과 같은 저수준 동작 매개변수를 포함하는 모션 계획을 수립해 높은 수준의 계획을 완성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특수 프로세서의 방대한 연산 능력을 활용해 속도를 향상시켰다.
예를 들어 상자에 물건을 담아 포장하려면 로봇이 포장된 물건의 최종 방향과 팔과 그리퍼를 사용해 물건을 집어 들고 조작하는 방법 등 여러 변수에 대해 추론해야 한다. 충돌을 피하고 아이템을 포장할 특정 순서 등 잠재적인 행동 시퀀스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솔루션을 무작위로 샘플링하고 한 번에 하나씩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반면 연구팀의 알고리즘 cuTAMP는 엔비디아 쿠다(CUDA) 컴퓨팅 플랫폼을 사용해 수천 개의 솔루션을 동시에 시뮬레이션하고 개선한다. 샘플링과 최적화라는 두 가지 기술을 결합해 이를 수행한다. 무작위로 샘플링하는 대신 제약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솔루션으로 범위를 두고, 샘플링 공간을 좁히고 개선해 가면서 잠재적 솔루션을 광범위하게 탐색할 수 있다.
연구팀은 범용 CPU보다 동시 연산 및 워크로드에 훨씬 더 강력한 특수 프로세서인 GPU를 활용, 샘플링과 최적화할 수 있는 솔루션의 수를 동시에 확장해 알고리즘의 성능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공장이나 창고 등 좁은 공간에서도 모양과 크기가 다른 물건을 손상시키거나 다른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고, 신속하게 조작하며 튼튼하게 포장하는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팀이 시뮬레이션에서 테트리스와 유사한 패킹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테스트한 결과, cuTAMP가 단 몇 초 만에 충돌 없는 성공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그리고 실제 로봇 팔에 배치했을 때 알고리즘은 대부분 30초 이내에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논문 수석 저자인 윌리엄 쉔 MIT 대학원생은 “이러한 샘플의 출력을 결합하면 무작위로 샘플링했을 때보다 훨씬 더 나은 출발점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한 최적화 중 솔루션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다”며 “하나의 솔루션을 최적화하는 데 드는 계산 비용이 수백 또는 수천 개의 솔루션을 최적화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cuTAMP 시스템은 MIT의 로봇 팔과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테스트가 이뤄졌다. 해당 알고리즘은 머신러닝이 아니기 때문에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아 다른 다양한 로봇에 쉽게 적용해 작동할 수 있다. 향후 거대 언어 모델(LLM)과 비전 언어 모델(VLM)을 활용해 로봇이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기반으로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계획을 수립 및 실행하도록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공군과학연구실, 해군연구실, MIT 지능 퀘스트, 엔비디아, 로봇공학·인공지능 연구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구 결과는 ‘로보틱스: 과학·시스템 콘퍼런스(Robotics: Science and Systems Conference)’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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