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진 교수 발표 “즐거움의 이론화와 제도화 향해 나아가야”
윤태진 연세대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즐거움 추구를 생산적이지 못한 태도로 백안시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즐거움에 대한 억압의 역사를 극복하려면 이를 이론화하고 더 나아가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세미나’에서 발표자로 참여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역사에서 교훈을 못 찾은 근시안적인 억압 제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게임에 대한 탄압을 대중문화 억압의 역사와 연결 지으며 “새로운 미디어는 늘 기성 권력의 억압 대상이었다”면서 “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애들 버린다’는 비난과 함께 억압하는 역사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억압의 효과는 크지 않았고 저항만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텔레비전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선정성, 퇴폐성, 비생산성 등 저질 문화 확산의 원흉으로 비판의 표적이 됐고 이에 따라 방송법(1963년), 방송윤리위원회(1962년) 같은 제도적 억압 구조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만든 사회적 병폐 내지는 후유증은 미미한 수준이었다면서 “텔레비전이 폭력성, 선정성을 유발한다는 연구는 상관관계에 있어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뉴 미디어에 대한 규제 명분은 비생산성, 비윤리성에 있다면서 “이후엔 대중오락 억압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의학을 끌어왔다”고 전했다. 만화방의 위생, TV 시청의 시력 저하, PC 사용에 의한 성인병이 구체적 사례다.
이러한 의학적 낙인이 게임이용장애로 표출됐다고 본 윤 교수는 “최근엔 게임에서 스마트폰이나 숏폼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인데 이는 70년 전 TV 규제와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즐거움의 이론화와 제도화 향해 나아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상명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박정호 상명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조명했다. 박 교수는 “게임이용에 대한 질병코드는 게임 이용 행위 및 장애 판정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게임 산업계는 질병을 양산하는 프레임이 생기게 된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낙인이 사회적 인식 변화를 가져오며 이용자 개인의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게임 산업과 관련된 전기·전자 산업에 큰 위축을 초래할 거로 전망하며 “미국, 영국은 선용군으로 유도하며 게임의 즐거움으로 나아가게끔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가 등재된 뒤 수년이 지났지만 대부분 국가가 이를 유보하고 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했을 때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초래하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문석 한성대 교수 게임이용장애 관련 추적조사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아동청소년과 성인 모두 1차년도부터 5차년도까지 과몰입군이 1년 이상 지속한 사례가 없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나는 학원을 빠지면서 게임을 할 생각은 없다’ ‘언제든 게임을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고 불균형한 게임 이용자조차도 ‘제 미래 진로를 정한다면 다른 걸 제쳐두고 그걸 위해 집중할 자신이 있다’며 삶의 목적을 위해 자제할 의지와 그런 인지도 충분히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게임 과몰입에 관한 연구의 기존 프레임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인상을 준다”면서 “게임 자체가 중독물질인가, 그게 아니라면 문제적 행동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가를 관찰하고 파악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은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이 타국가와의 국제통상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센터장은 “WHO의 모순적 정책 행보는 게임에 대한 질병 분류 후 장려 정책을 곧장 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일관되지 않은 WHO의 태도에 실제 대부분 국가가 게임이용장애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면 해외 게임사의 국내 게임 서비스상 문제가 발생하며 또 다른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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