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이란 지속적 위협에 대한 대응”
네타냐후 “생존 달린 문제”…작전 지속 시사
중동 최대 앙숙, 그림자 전쟁서 직접 충돌로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 오는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6차 핵 협상 회담을 이틀 앞두고 선제 공격에 나선 것으로, 이스라엘은 자국 방위 차원에서 이란을 선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생존 문제, 핵 시설 제한 공격”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타격하는 고정밀·통합 선제 공격을 개시했다”면서 “이 작전은 고급 정보 기반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란 정권의 지속적인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행위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공군 소속 수십 대 전투기가 작전 1단계를 완료했으며, 이 단계 이란 전역에 위치한 핵 시설을 포함한 수십 개의 군사 목표물이 타격 대상이었다고 IDF는 설명했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타격을 받은 이란 테헤란 모처.(사진=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텔레그램)
IDF는 수년 동안 이란 정권이 중동 전역에서 대리 세력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직·간접적인 테러를 자행했으며, 핵 프로그램도 이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IDF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면서, 가자전쟁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AFP)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생존 자체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격퇴하기 위해, 특정 목표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며 “이란 핵물질 농축 계획의 심장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란 국민이 아닌 이란의 독재정권과 싸우려는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오랜 앙숙, 최근 전면전 확대 가능성↑
이스라엘과 이란은 1979년 이란혁명 이전 이란 팔레비 왕조 시절까지만 해도 우호적 관계였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이슬람 혁명을 통해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며 반(反)서방 노선을 택했다. 이에 이란은 미국에 등을 돌렸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과 단교했다. 결국 양국은 근본적인 이념과 안보 갈등 아래 적대 관계가 됐다.
1980년 이란과 이라크가 국경 지역에서 영유권 문제로 8년간 전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스라엘이 이란을 도우면서 완전히 단절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란이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을 적극 지원하고 이들을 통한 ‘저항의 축’을 구축해 이스라엘을 에워싸는 ‘불의 고리’ 전략을 펼치면서 양국 관계는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됐다. 1990년대 이스라엘을 겨냥한 각종 테러의 배후 세력으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지목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사진=AFP)
이에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등 핵 프로그램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 또한 사실상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여겨진다.
양국은 수십년간 ‘그림자 전쟁’을 벌이는 방식으로 직접 충돌은 피해왔으나 지난해부터 양국은 상대방 본토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을 각각 감행, 전면전 가능성이 부각됐다. 특히 최근 들어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결렬시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겠다는 계획 아래 무기를 이동시키고 작전 실행을 위한 공군 훈련도 완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혹독할것”…군부 핵심 잃은 이란, 복수 다짐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주거 지역을 공격함으로써 이 정권은 자신의 사악한 본질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드러냈다”며 “반드시 혹독한 응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스라엘 선제 공격으로 이란 중부에 위치한 나탄즈 핵시설이 타격을 당하고,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본부에 화재가 발생했다. 또한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을 비롯해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이란군 부사령관 골라말리 라시드 장군, 핵 과학자들인 페레이둔 압바시와 모하마드 테헤란치 등이 사망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심 동맹이나 이란과의 핵 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에 나서면서 외교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마주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일방적인 행동을 취했다”며 이란이 이에 대응하여 미국을 표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면서도 “이란은 핵폭탄을 가질 수 없고 우리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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