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취임 9일만에 경제인 간담회
삼성·SK·현대차·LG·롯데 회장들 총출동
이재용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복합 위기"
최태원 "美관세, 투자 결정 어려움 처해"
G7 정상회의 직전 회동이어서 더 주목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실용적 시장주의라는 국정 철학은 삼성뿐만 아니라 참석 기업들 그리고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삼성은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재용 “실타래처럼 얽힌 복합 위기”
이날 간담회는 이 대통령 취임 9일 만에 이뤄졌다. 이 회장 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도 자리했다.
이 대통령이 주요 경제인들을 만난 시점은 역대 민주당 정권 중 가장 빠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2개월여 만에 미국 순방 중인 경제인들과 차담회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한달여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 100여일 후에 각각 재계 총수들을 만났다. 이는 최근 대외 통상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왼쪽)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지금은 불안하게도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복합 위기 상황이고 혹자는 IMF 위기에 버금가는 국난의 시기라고도 한다”면서도 “민관이 힘을 합쳐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당장의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20년, 30년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삼성은 AI, 반도체, 바이오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아울러 “전통 산업에도 AI를 접목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고임금 일자리를 더욱 창출하도록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 대통령이 말씀하신) 공정 경제도 다시 한번 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어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얻은 것은 역시 우리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꿈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삼성은 사회공헌 활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美 관세, 사업·투자 어려움”
최태원 회장은 대외 통상 리스크를 두고 주로 발언했다. 최 회장은 “미중 패권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관세 부과를 한다 만다 하다 보니, 무엇을 결정할 수 없는 불안한 시간이 계속 흘러서 기업인들은 사업을 결정하고 투자를 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경제단체들도 이와 관련해 현장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이 대통령에게 올해 11월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올해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각국의 주요 기업이 활발히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며 “행사의 위상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초청 과 행사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류진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국내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제안했다고 한경협 측은 전했다. 류 회장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번 여름 휴가 시즌부터 대대적인 국내 휴가 보내기 캠페인으로 내수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것을 제안한다”며 “경제계가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또 “이번 미국 워싱턴DC 방문에서 이 대통령 취임에 대해 기대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한미일 관계에 대한 기대와 중요성으로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사진 가운데)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이 결국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라며 “그 핵심이 바로 경제이고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불필요한, 또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들은 과감하게 정리할 생각”이라면서도 “규제 합리화에 대한 의견들을 많이 내달라”고 했다.
내주 G7 정상회의 직전 간담회 주목
이날 회동은 다음주 초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직전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이번 G7 정상회의 때는 미국 관세 화두가 오를 게 유력한데, 이 대통령이 참석 전 기업인들을 통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G7 정상회의는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제 다자외교 무대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앞으로 산업·경제 정책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달라. 현장에 계신 여러분 의견이 중요하다”며 “해외 통상 상황 관련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도 지정해 주면 저희가 거기에 잘 맞춰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분절 등 통상 질서의 대전환기를 겪고 있고 최근 진행되는 글로벌 관세 전쟁이 우리 산업 경쟁력과 수출 기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는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실용적이고 유연한 통상정책을 통해 위기 극복에 총력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