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 담론도 다뤄야 할 때"
돼지에서 인간 장기를 키우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유전자 교정 동물 장기 이식이 이뤄지고 있지만 면역 거부 반응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동물 장기와 사람 장기의 유사성을 높인 ‘키메라 장기’가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랑슈 라이 중국과학원 광저우 바이오의과연구원 교수는 13일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오가노이드 디벨로퍼 컨퍼런스 2025(ODC25)'에서 ”인간 장기 부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돼지와 인간 장기는 크기 및 형태가 비슷해 돼지 장기로 인간 장기를 대체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돼지에서 장기를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돼지의 장기를 직접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 이식‘과 돼지에서 인간의 장기를 배양한 뒤 인간에게 이식하는 ’키메라 장기 이식‘이다. 키메라 장기는 서로 다른 두 생물종의 세포가 섞인 장기를 의미한다.
이종장기 이식의 가장 큰 장벽은 면역 거부 반응이다. 인간의 면역세포가 돼지의 신장, 심장 등의 장기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동물 장기를 좀 더 사람 장기와 유사해지도록 만든 것이 키메라 장기다.
라이 교수 연구팀은 사람에서 조직 샘플을 채취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재프로그래밍한 뒤 돼지 배아에 주입해 키메라 장기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간 줄기세포 유래 돼지 배아를 대리모 돼지의 자궁에 착상시켜 배아 내에서 키메라 장기를 키워내는 것이다.
랑슈 라이 중국과학원 광저우 바이오의과연구원 교수가 13일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오가노이드 디벨로퍼 컨퍼런스 2025(ODC25)'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가령 인간 신장이 필요하다면 돼지 배아에서 돼지 신장이 결여되도록 유전자 교정을 가한 뒤 대신 인간 줄기세포 기반 신장이 성장하도록 만들 수 있다. 라이 교수는 ”인간 줄기세포를 넣어 만든 인간 유래 장기는 돼지 장기를 직접 이식하는 것보다 면역 거부 반응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만능유도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주입해 인간 혈관 내피, 골격근 등의 조직이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은 2017년 준 우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의료센터 교수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신장, 심장과 같은 고형 장기를 만드는 일은 골격근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
라이 교수는 ”인간 줄기세포에 유전자 교정 등 추가 작업을 진행하면 돼지 배아 내에서 인간 줄기세포의 생존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우리가 만든 ’슈퍼 줄기세포‘를 이용해 궁극적으로 키메라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 교수 연구팀이 대리모 돼지에 주입한 돼지 배아에는 수십 일간 생존하는 과정에서 인간 세포가 50~60%를 차지하는 신장이 만들어졌다. 라이 교수는 향후 대리모 돼지의 임신 기간을 연장시켜 배아가 좀 더 오랫동안 생존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돼지 배아에 인간 줄기세포를 넣는 기술은 생명윤리 문제를 촉발한다. 특히 인간의 뇌세포나 정자·난자 등 생식세포로 분화하도록 만드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인간의 뇌세포를 가진 돼지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거나 사람 생식세포를 가진 돼지가 인간과 돼지가 섞인 존재를 낳을 우려다.
라이 교수는 ”인간 줄기세포에서 뇌 신경세포, 생식세포 관련 유전자를 제거하는 조작을 할 수 있다“며 ”윤리적 이슈를 일으키는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해 안전성이 높은 인간 줄기세포 기반 키메라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유종만 대표는 ”모든 장기가 (인공 장기나 키메라 장기로) 대체됐을 때도 나는 과연 나인가와 같은 인문학적 담론을 다뤄야 할 때“라며 ”과학자뿐 아니라 인문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거대 담론을 논의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