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6년만에 넥슨 인수 재추진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 2대 주주
SM엔터까지 ‘K-콘텐츠’ 장악 눈독
“중국 자본, 독이 든 성배” 우려 커
중국 텐센트가 약 20조원을 쏟아부어 6년 만에 넥슨 인수를 재추진한다. 성사되면 역대 최대 규모 ‘빅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넥슨(왼쪽)과 텐센트 사옥 [헤럴드 DB]
중국 텐센트가 약 20조원을 쏟아부어 6년 만에 넥슨 인수를 재추진한다. 성사될 경우 역대 최대 수준의 ‘빅딜’이다. 텐센트는 2019년에도 넥슨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텐센트는 막판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국내 게임업계의 크고 작은 매각설이 돌 때마다 텐센트는 가장 강력한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왔다.
텐센트는 이미 크래프톤·넷마블·카카오게임즈의 국내 게임사들의 주요 주주다. 넥슨 인수까지 성사될 경우, 국내 게임업계를 장악하는 중국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내 게임업계 상당수가 중국 손아귀로 넘어가게 돼 국내 게임 시장 전반에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6년 만에 다시 넥슨 ‘눈독’ 들이는 텐센트…‘20조원’ 역대급 빅딜=13일 블룸버그 보도로 텐센트가 넥슨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제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텐센트홀딩스는 넥슨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 게임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내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드문 역대급 매각 규모다.
텐센트 측은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넥슨 그룹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이 이에 대해 검토 중이나, 넥슨그룹 지주회사인 NXC가 실제 인수안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살펴보고 있는지, 거래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등은 모두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인수 추진설에 대해 텐센트·넥슨·NXC 측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넥슨은 김 회장의 유족인 부인과 두 딸이 투자회사인 NXC 지분 약 67.6%를 보유, 경영권을 갖고 있다. NXC와 계열사인 NXMH BV는 일본 상장사인 넥슨재팬 지분 44.4%(이달 기준)를 보유 중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인수 거래 규모는 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텐센트는 앞서 2019년에 넥슨 매각이 추진될 당시에도 인수에 관심을 표했었다. 자본 여력 등을 고려할 때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꼽혀왔지만 막판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카카오, 넷마블, MBK파트너스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당시 넥슨 매각은 불발된 채 일단락됐다.
▶크래프톤, 넷마블 등 국내 대표 게임사 주주로…‘K-콘텐츠’ 전반 공습= 텐센트의 넥슨 매각이 성사될 경우, 국내 게임 업계를 파고든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막대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텐센트는 시가총액 상위 국내 게임사와 지분 투자 등으로 얽혀있다. 소리 없이 국내 게임시장을 장악해왔다. 텐센트는 시프트업(34.76%), 크래프톤(13.71%), 넷마블(17.52%) 등 국내 게임사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분 3.88%로 3대 주주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에 대한 반감 등이 있다 보니 2대 주주로 호흡을 조정해 왔던 것”이라며 “넥슨 인수 추진설은 국내 게임 시장 지분 확보가 노골적으로 더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텐센트의 영향력은 게임을 넘어 국내 K-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 텐센트 산하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말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2000억원 규모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취득했다.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합산 41.50%)에 이어 SM의 실질적인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전방위적으로 ‘K-콘텐츠’를 장악하는 텐센트의 ‘야망’을 보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중국은 콘텐츠 시장 문턱이 유독 높다.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해 텐센트가 중간 다리가 되는 역할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단독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중국 시장을 텐센트를 통해 우회적으로 공략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에겐 거부할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며 “텐센트의 지분 투자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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