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배우 차학연 태양의>
[장혜령 기자]
영화 <태양의 노래>는 한밤중에만 데이트할 수 있는 미솔(정지소)과 민준(차학연)이 음악을 통해 사랑에 빠지며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해 나가는 뮤직 로맨스다. 극 중 배우 지망생 '민준'을 연기한 차학연과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민준은 아픈 아버지 대신 생계를 위해 과일 트럭을 몰지만 언젠가 배우로 성공할 거란 확신에 찬 청년이다. 마치 아이돌 활동을 하다 배우로 전향해 치열하게 10년을 고민한 차학연을 그대로 모델링한 것 같은 캐릭터다. 최근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의 관종 유튜버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서 흥미롭다.
해바라기 남자친구 민준이 본인의 실제 성격과 매우 가깝다며 "민준이와 가치관이 비슷하다. 민준이 극 중 '넘어지면 어때, 실패하면 어때'라고 말하는데, 저를 단단하고 여유 있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면서 "민준의 말처럼 힘들었던 시간이 지금의 저를 단단하게 해 준 것 같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희생도 감수할 줄 아는 태도, 자기 앞길도 구만리인데 연인을 위해 모든 힘을 할애하는 게 어떨 때는 안쓰럽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전에는 감독님이 '좀 다르게 해 보면 어때?'라고 제안할까 봐 5가지 버전까지 만들고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현장 가면 그곳에서 받는 힘이 있었다"라며 "연기는 액션과 리액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상대 배우의 리액션과 현장을 믿게 되었다"라며 현장의 진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돌 생활할 때와 배우 생활의 차이를 두고는 "그때(그룹 '빅스' 생활)와 다를 것 없다. 단지 경험, 노하우가 쌓여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도 예전에는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 "아이돌 때는 인터뷰가 앨범을 홍보하는 자리였다면 지금은 작품을 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시간을 즐기는 대화의 여유가 생겼다. 이게 되게 중요한 시간이더라. 바빠서 곱씹어 볼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복기할 수 있어 소중하다"며 배우로서의 성장을 이야기했다.
다음은 배우 차학연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믿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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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태양의 노래> 스틸컷 |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
-스크린 데뷔작을 선보이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기분 좋은 떨림과 설렘을 안고 있다. 스포일러나 흥행 성적, 호불호 반응 등 걱정이 앞섰는데 제가 받은 위로를 다른 관객들도 느껴 주길 바라고 있다. 민준의 한마디가 저를 변화하기도 했다. 부디 많은 분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태양의 노래>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제가 신체, 정신적인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민준이란 캐릭터 자체가 건강했다. 말과 행동 가치관이 멋져 보였다. 여자친구에게 전하는 진심과 위로와 공감이 느껴졌다."
-한국 버전은 일본 원작,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과는 다른 감수성이다.
"나이 설정도 다르고, 직업적인 차이도 있어 다르다. 원작의 감성을 가져오려고 했다는 조영준 감독님의 말이 힘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원작이 있어서 든든했다."
-이찬혁 음악 감독이 만든 곡이 OST로 울려 퍼진다. 훗날 음악감독의 욕심은 없나.
"미솔과 함께 하는 감정 신에서 실제 음악을 틀어 놓고 촬영했다. 가사 하나하나가 대사 자체로 느껴질 정도였다. 마지막 병실 장면을 촬영할 때도 실제 감정이 북받쳐 올랐던 모습이다. 그때 음악이 전하는 감정선이 크다는 걸 실감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 감독도 꿈꿨는데.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분야는 정해져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음악만 좋은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가사와 멜로디를 생각했다는 데 놀랐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더라. 지금까지 제가 했던 음악과도, 음악이 대사가 되는 뮤지컬과도 달라서 감정이 살아났다."
-미솔과 민준은 첫사랑의 순수함과 20대의 풋풋함이 극대화된 캐릭터다.
"미솔은 계속 아팠으니까 당연히 첫사랑이라고 생각했고 민준이도 연애는 많이 안 해 봤다는 설정이었다. 둘다 연애는 서툴러서 20대지만 귀엽게 그려졌다. 그래서 민준이 미솔의 병을 알고 나서도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모든 것을 쏟는 거다."
-미솔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직진 고백을 해버린다. 민준은 그런 미솔을 언제부터 좋아한 걸까.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던 거다. 미솔이 신발도 신지 않고 뛰면서 트럭을 부르잖나. 굳이 차를 세우고 명함을 주는 건 호감의 표시인 거다. 괜히 저녁 장사로 바꾸고, 주스 마시고 가라고 해도 응하지 않았을 거다. 작은 호감이었지만 미솔의 노래를 듣는 순간 사랑에 빠진 거라 생각했다."
소확행을 실천하는 배우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민준과 비슷하다. 그 사람과 관계가 끝나고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되는 타입이다. 민준도 호감, 사랑이란 감정을 잘 모르다가 그 사람을 놓치는 극적인 순간부터 알아차리게 되는 것과 같다. 저도 처음부터 뜨겁게 알아차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는다. 사람도 대본처럼 첫눈에 반하기도 하니까. (웃음)"
-앞서 '건강'이란 단어를 반복 사용했는데, 구체적으로 몸과 마음 건강을 챙기는 법이 있는 건가.
"주기적으로 정신감정도 받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주변에서 보기 드문 건강함이라고 말해 줄 정도다. 스스로 바로 서야 어디로 치우치지 않는다. 캐릭터와 멀어질 때와 가까워질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겠지만) 매 순간 별거 아닌 것에 행복을 느낀다.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이따가 먹을 치킨을 생각하고, 떠날 여행 생각에 또 행복해진다. 뭐든 행복할 시스템을 갖춰 둔다.
예를 들면 운동을 싫어해서 하기 직전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데 하고 나면 건강해져 있는 나, 이 순간을 견딘 나에게 스스로 칭찬한다. 하기 싫은 일이 끝나고 뿌듯해하는 저 덕분에 또 행복하다. 운동하지 않으면 살이 찌는 체질이라 나에게 주는 보상 같은 개념으로 행복을 적립해 나가고 있다.
현장에서는 코믹 사극 신이 영화의 톤을 환기하는 장면이라 중요했다. 감독님마저 매일 중요한 장면이라고 부담을 주셨는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장면이라 힘들었다. 그럴 때면 마인드컨트롤을 하는데 촬영 후에 먹을 음식을 정해두는 거다. (속으로) '프라이드치킨에 양념 소스 추가해서 찍어 먹어야지'라는 행복을 미리 준비해 두면 도움 되더라."
-일이 잘 안돼서 계획이 어긋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
"다음 챕터를 준비해 놓는다. (웃음) 시스템이 무너져도 다음 순간이 있어서 아쉽지 않다. 다만 해내지 못했을 때 상실감이 큰데 민준이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다른 일은 잘 해냈으니까, 이거 하나 실패할 수 있지'라면서 다독이게 되었던 거다. 빨리 털어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겠더라. 이전에는 실패했다는 좌절감을 떨쳐내려는 시간이 길었다면, 요즘은 떨쳐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음식 보상 말고 다른 행복 루틴은 없나.
"예전에는 온전한 취미나 휴식이 없었다. 자다가도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로 압박감이 컸다. 중간에 깨면 마음에 들 때까지 못 자고 연습하고 그랬었다. 그런데 이제는 비는 시간에 틈틈이 여행도 다니려고 계획도 꾸린다. 혹여 며칠 휴식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을 오로지 연습으로 채우는 것도 아닌데, 가까운 곳도 가지 못할 정도로 조바심을 느꼈었다. 물론 집을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일상을 온전히 떠나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정보도 얻고 싶다. 더불어서 몰랐던 내 모습도 찾고 싶다.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계획하는 순간부터 행복해진다."
-이야기를 계속 들으니, 3년 전 촬영을 마친 <태양의 노래>가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그렇다. 작품 선택도 자유로워졌고 도전 의식도 생겼다. '뭐든 해봐야 알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태양의 노래>의 민준은 코믹,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탐색하게 했던 캐릭터다. 이후 <무인도의 디바> 우학을 만났는데, 목화(박은빈)를 향한 심연을 마주하는 때, 한없이 어두워지는 부분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하지만 뭐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태양의 노래>가 유의미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노무사 노무진>의 '견우'와 <태양의 노래> '민준'우 갭이 크다.
"문득 잘하는 것만 찾으려고 했나 반성했고 일단 해봐야 맞는지, 어려운지 알 수 있겠더라. 그래서 과감히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때 찾아온 드라마가 <노무나 노무진>이다. 대본이 좋아 기다린 작품이기도 했다. 처음 도전하는 극강의 코믹 캐릭터인 견우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많은 준비를 했었다. 견우로 분하면서 누굴 웃기려고 노력한 건 없었는데 견우는 말의 리듬감 때문에 재미있게 보이는 것 같다. 처음에는 왜 이런 행동과 말을 하나 이해하지 못했는데 솔직함이 매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롤모델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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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학연 배우 |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 차 배우로 성장했다.
"저는 늘 '진흙이 아닌 벽돌로 쌓은 단단한 집을 짓고 싶다'말을 가치관으로 삼았다. 이젠 단단해질 시간이 다가온 것 같다. 준비되지 않은 디렉션을 받고 얼어버렸던 때도 있었고 그걸 깨기 위해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제는 '이런 건 어떠냐'고 오히려 제안하는 저를 보며 스펙트럼이 넓어졌음을 실감한다. 대본 이외의 상황도 눈여겨볼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웃음)"
-소지섭 배우는 1인 기획사의 초기 멤버다. 최근에 <광장>으로 복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을 것 같은데.
"소지섭 선배님 팬미팅 때 '소옥차(소지섭, 옥택연, 차학연)'를 결성해서 노래를 불렀다. 그 기회를 빌려 궁금한 것들을 많이 물어봐다. 소지섭 선배님은 대선배님이신데도 작품 할 때마다 1화를 보고 연락을 해주신다. 이번에도 <노무사 노무진> 1화 끝나고 '잘 봤다'고 해주셨다. 누군가가 작품을 봐준다는데 원동력이 생긴다. 얼마 전에는 선배님의 에코백이 예쁘다고 말씀드린 걸 기억하시고 선물로 주셨다. 그런 섬세함을 닮고 싶고, 훗날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꿈꾸게 됐다."
-반대로 <광장>을 보고 연락해 봤나.
"아직 보지 못했다. 공개일인 지난 주말에 아버지 팔순 잔치가 있어서 남해에 내려갔었다. 조카 8명을 제가 맡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못 봤다. 오늘 인터뷰 끝나고 보려고 작정했다. 연락드릴 거다. (웃음)"
-아이돌 출신이었던 옥택연 배우에게 어떤 조언을 얻었나.
"옥택연 선배님은 제가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걸어가는 롤모델이다. 작품 과정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최근에는 시사회 끝나고 재미없어도 재미있었다고 말해야 하냐고 진지하게 물어봤었다. (웃음) 시사회 이후 뒤풀이 참석 여부도 확실히 답변 받았다. 그전에는 괜히 그 자리에 껴도 되나 싶었고 어색해서 민폐라고 생각하고 굳이 가지 않았는데. 영화를 이제 해보니까 여러 사람이 뒤풀이 현장에 와주는 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 <태양의 노래>가 처음이니까 이런 문화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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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학 |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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