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업자 이필성 대표 인터뷰…"올해 본격 흑자전환"
인터뷰하는 이필성 샌드박스 네트워크 대표 [샌드박스 네트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국내 대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가 버추얼(가상) 크리에이터 콘텐츠와 지식재산(IP) 기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샌드박스네트워크 공동 창업자 이필성(39) 대표는 회사 창립 10주년을 앞둔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모델 고도화도 중요하지만, 자체 콘텐츠 확장에도 집중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유튜브, SOOP, 치지직 등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과 계약을 통해 매니지먼트, 콘텐츠 제작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크리에이터 연결망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 마케팅과 IP 사업도 진행한다.
인터뷰하는 이필성 샌드박스 네트워크 대표 [샌드박스 네트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브 급속성장, 나도 예측 못 해…취향 콘텐츠에 지갑 여는 소비자 늘어"
과거 구글코리아에서 근무한 이 대표는 2015년 대학 동기이자 인기 유튜버 '도티' 나희선 이사와 함께 샌드박스를 공동 창업해 지난 10년간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왔다.
유튜브가 스마트폰 시대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기업가치 800조원에 이르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누구보다도 똑똑히 봐운 셈이다.
그는 "창업하고 2016년쯤에 도티 님이 100만 유튜버가 됐다. 그걸 본 초창기 직원 중 하나가 '한국에 100만 유튜버가 앞으로 몇 명이나 나오겠냐?'며 우리 사업이 성장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만 해도 유튜브 산업이 지금 정도가 되려면 20년은 걸릴 거라 봤고 그 직원 말이 맞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100만 유튜버가 발에 챈다. 인공지능(AI)이 그러하듯, 성장이 가속이 붙으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대"라고 말했다.
특히 그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던 것은 기성세대의 유튜브 전환이었다.
이 대표는 "기존에 TV로 드라마나 예능을 보던 사람들의 시청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지금은 30∼40대는 물론 장년·노년층까지 유튜브를 많이 시청하고, 방송에서 인지도를 쌓은 연예인들도 유튜브로 넘어온다"며 "세상에 편한 걸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 시청자들의 취향이 다변화되고 있고, 콘텐츠에 쓰는 금액도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경기가 어렵다곤 하지만 10년 전보다는 확실히 GDP가 성장했고, 시청자가 콘텐츠에 쓰는 금액도 그만큼 늘어났다"며 "서브컬처(애니메이션풍) 버추얼 유튜버, 애니메이션,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들기), 꾸미기 같은 세밀한 취향 분야에 시간과 돈을 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 분야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결속 아이돌'(가제) [샌드박스 네트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버튜버 시장 잠재력 커…기존 크리에이터와 시너지 기대"
이 대표는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샌드박스의 사업모델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가 잘하는 인플루언서 기반 광고사업을 고도화함과 동시에 앞서 말한 취향 콘텐츠, 그중에서도 서브컬처 버추얼 유튜버 영역을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샌드박스는 현재 30명가량의 버추얼 유튜버(버튜버)와 계약을 맺고 있고, 최근에는 버추얼 유튜버 그룹 프로젝트 '결속 아이돌'(가제)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한 일본의 버튜버 전문 MCN 홀로라이브 사례를 들며 "한국은 서브컬처는 일본의 뒤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버튜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잠재력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버튜버들은 맨 처음에 친숙함을 무기로 시청자에게 다가가지만 결국에는 누가 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느냐, 노래와 춤을 잘하느냐로 나간다"며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이 경쟁력 있는 음악산업과 비슷하다. K팝의 세계적 경쟁력을 생각했을 때는 오히려 일본보다도 잘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첫 버튜버 그룹 '결속 아이돌'만의 강점에 대해서는 "샌드박스는 개별 크리에이터를 인기 있게 육성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룹뿐 아니라 개별 유튜버로도 하나하나가 매력 있게 기획하려고 한다"며 "특히 버튜버들은 대부분 게임 방송도 진행하는데, 게임 스트리머 분야에서는 우리가 독보적인 역량이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튜버들이 샌드박스와 함께하는 대형 유튜버들과도 쉽게 협업할 수 있고, 그 관계에서 나오는 즐거움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뷰하는 이필성 샌드박스 네트워크 대표 [샌드박스 네트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본격 흑자 전환 목표…IP 비즈니스 키우겠다"
매년 적자를 거듭해온 샌드박스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적자 규모는 2022년부터 계속 줄여왔고, 올해 본격적인 연간 흑자 전환을 바라보고 있다"며 "과거 발표한 기업공개(IPO) 계획도 여전히 유효하고 얼마 전 지정 감사도 통과했다. 요건만 갖추면 진행한다는 것이 기조"라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MCN을 통해 성장한 크리에이터들이 자체 편집자와 기획자 등을 갖추고 '독립'하는 일도 잦아졌다.
이에 이 대표는 "정상권 크리에이터들이 역량을 내재화해서 나갈 수도 있지만, 리스크나 비용 증가를 고려하면 여전히 회사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고 보는 분들도 많다"며 "특히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커지고 있고, 규제 완화에 따라 향후 더 많은 산업군이 여기 들어올 수 있기에 샌드박스와 협업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유튜버의 IP를 활용한 산업도 커지고 있는데, 아동 서적 베스트셀러에 저희 책들이 항상 10위권에 있다"며 "팬덤과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IP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샌드박스 네트워크 10주년 포스터 [샌드박스 네트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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