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증·디지털 전환… 맞춤형 보안 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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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와 일본, 중동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수에만 의존하다가는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K-보안 기업들은 보안 수요가 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정부 주도로 디지털 전환(DX)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중남미, 동남아, 중동 등에서는 고객사를 확보해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기업,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해킹과 사이버 공격이 거세지면서 고도화된 보안 솔루션 수요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보안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2120억달러(약 28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보안 기업들은 이런 수요에 발맞춰 지역별 맞춤형 보안 솔루션을 마련하고 있다.
라온시큐어는 생체인증 서비스로 일본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라쿠텐증권과 SBI증권을 포함한 일본 증권사 8곳의 계좌가 해킹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생체인증 도입을 통한 이용자의 신원 확인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라온시큐어에 따르면 자사 생체인증 서비스 ‘터치엔 원패스’의 일본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달 말 기준 810만명을 넘어섰다. 한 달 만에 110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라온시큐어 관계자는 “이번 사고 피해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하면서 일본 금융청과 증권업협회에서 다요소 인증(Multi-Factor Authentication·MFA)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 증권사를 중심으로 생체인증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MFA란 사용자가 계정에 접속하기 위해 비밀번호 외 보안 토큰, 생체인증 등 추가 인증을 해야 하는 보안 조치다. 라온시큐어의 터치엔 원패스는 지문·얼굴 등 생체 정보를 활용해 본인 인증을 하는 클라우드 기반 생체인증 서비스다. 회사는 지난해 일본 최대 인터넷은행인 스미신SBI네트은행과 자회사인 네오뱅크테크놀로지스와 약 35억원 규모의 원패스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일본 내 점유율을 키워왔다.
라온시큐어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아이디(ID) 기술로 구현한 디지털 신분증으로 동남아와 중남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분증이 없는 인구는 약 13억명으로 추정되는데, 주로 동남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 몰려있다. 해당 지역 국가들은 유엔(UN), 세계은행과 손잡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모바일 신분증을 공급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라온시큐어는 인도네시아와 코스타리카 디지털 ID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향후 유럽과 중앙아시아 디지털 ID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니언스는 해외 시장 중 중동을 전략 지역으로 꼽았다.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했고, 중동 시장에 적합한 관리형 사이버보안 시스템 개발을 위한 국책 과제에도 참여했다. 지니언스의 해외 고객 중 중동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중동은 클라우드 활용에 제약이 큰 편인데, 지니언스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솔루션으로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네트워크 접근제어(NAC),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 제로트러스트 솔루션 사업을 하는데, 3대 핵심 사업이 비대면 환경에 적합한 보안 솔루션으로 주목받으면서 지난해 기준 해외 고객사 100곳을 돌파했다. 지니언스는 앞으로 약 7조원 규모의 인도 보안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과 미국에 이어 인도 벵갈루루에 ‘글로벌 기술지원센터’를 설립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NAC 제품의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지니언스의 글로벌 진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 보안·클라우드 기업 사이트와 합작법인(JV) ‘라킨(Rakeen)’을 설립해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사이트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100% 소유한 기업으로 사우디 정부의 DX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안랩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라킨에 방화벽 및 통합체계지원(IPS) 등 네트워크 장비를 판매한 매출을 포함해 해외 발생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말했다.
파수도 UAE 보안 기업 사이버나이트와 손잡고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DX를 추진하고 있어 보안 수요가 늘고 있는데,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보안 업계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공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가별 DX 수요가 맞물리면서 해외 고객사 확보 기회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 위협에 대응해 보안 기업들이 보안 솔루션을 AI를 통해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트너는 2027년이면 전체 사이버 공격의 17%는 생성형 AI 기반 공격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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