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에 매출 급감-폐업 속출
다른 일자리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 코로나 직후 수준
“재취업 도움될 교육 기회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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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인근 문닫은 가게들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폐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구직을 아예 포기하고 노동시장을 떠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몇 년 버텼는데…. 지난해 계엄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니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나이에 특별한 기술도 없고,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36년간 작은 스테인리스 스틸 가공 공장을 운영했던 최모 씨(60)는 올해 4월 가게 문을 닫았다. 최 씨는 건설 현장이나 주방용품 제조 업체에 제품을 납품해왔다. 코로나19 유행 시기까지는 용케 버텼는데,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과 이후 불황은 넘지 못했다. 올해 초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70% 넘게 떨어졌다. 결국 사업을 접었다.
최 씨는 “직원 한 명 없는 작은 가게였어도 이걸로 30년간 가족 모두 먹여 살리고 자식들 대학까지 보냈다. 폐업하는 날 가게를 정리하고 집에 가다가 눈물이 나더라”며 “현재는 건강 때문에 구직활동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관절이 안 좋아 요즘 병원에 다니고 있다.
장기화된 불황에 계엄 여파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가게를 폐업한 뒤 다른 일자리를 찾는 데 실패하거나, 여러 이유로 구직 활동조차 못 하고 있다. 12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년 사이 사업 등 자영업을 접은 뒤 경제 활동을 아예 하지 않고 있는 인구는 지난해 월평균 24만3472명으로 최근 3년간 최고치였다. 만 15세 이상 생산 가능 연령 인구 중 취업자가 아닌데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들로 일할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없는 경우다.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월평균 24만8299명)과 비슷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4월에도 벌써 21만8091명의 폐자영업자가 취업을 하지 않고 노동시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20만8818명)보다 9273명(4.4%) 늘었다.
한국은 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3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하면 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때도 안간힘을 내며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작년 말 이후 시작된 불황과 금리 상승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뒤 취업시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재취업이 가능하려면 기업이 원하는 ‘실용적인 능력’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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