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엔 "양자컴 20년 걸린다" 해놓고
11일엔 "변곡점 도달해" 다른 전망
양자컴이 연산, 고전컴이 정리하는
최신 하이브리드 기술 의미하는 듯
완벽한 양자컴엔 여전히 "시간 걸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자컴퓨팅이 변곡점에 도달했다.”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실용적인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는 데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언급해 업계는 물론 주식시장까지 발칵 뒤집어 놓았던 그가 6개월도 안돼 전혀 다른 전망을 언급한 것이다.
황 CEO의 이번 발언은 양자컴퓨터와 고전컴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터’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양자컴퓨터는 미시세계 입자의 ‘중첩’과 ‘얽힘’ 현상이라는, 양자물리학의 핵심을 알고리즘 계산에 활용해 막대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한다. 그러나 아직 오류 수정이 쉽지 않아 불완전한 기술이다. 이에 양자컴퓨터의 빠른 연산 능력을 활용하되 슈퍼컴퓨터가 그 결과를 정리하는 식의 중간 단계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현재 연구에 활용되는 초기 양자컴도 대부분 이처럼 '잡음이 있는 중간 규모 양자컴퓨터'(NISQ)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에는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이는 ‘양자 우위’를 달성하고 상용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준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NISQ와 좋은 알고리즘의 결합으로도 양자 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는 합의가 생기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양자컴이 일부 문제라도 더 효과적으로 풀 수 있다면 시장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하이브리드 양자컴의 성공 사례는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IBM과 록히드마틴은 메틸렌 분자의 서로 다른 두 양자 상태 사이의 에너지 차이를 정밀하게 예측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양자컴퓨터가 복잡한 전자 상태를 측정해 얻은 데이터를 고전컴퓨터가 수학적으로 정리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역시 올해 안에 슈퍼컴퓨터인 ‘후가쿠(富岳)’와 결합한 양자컴퓨터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황 CEO의 발언도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양자-고전 컴퓨팅 솔루션 '쿠다 큐'(Cuda Q)를 언급하며 나왔다. "앞으로 몇 년 안에 흥미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서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쿠다 큐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정일룡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양자정책센터장은 “지난 3월 엔비디아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화학 시뮬레이션, 신약 개발, 기상 모델링, 재료 합성이나 일부 머신러닝 분야에 초기 양자컴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벽한 양자컴'(FTQC)에 대한 황 CEO의 예측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는 3월 엔비디아 행사에서 “양자컴퓨팅은 잠재력이 매우 큰 기술”이라면서도 “이 기술은 엄청나게 복잡해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구 교수는 “이상적인 FTQC가 나오려면 아직 10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나, IBM의 경우 2029년까지 오류 정정이 가능한 양자컴을 완성하겠다고 제시하는 등 좋은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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