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원내대표 퇴임 기자회견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과 일체의 상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점이 이번 대선 최대 패착"이라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성찰과 혁신이라는 가치가 당권투쟁으로 오염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같은 당 동지를 절멸의 대상으로 보지 말자"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을 주도할 때를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권 원내대표는 "전 윤석열 정권 탄핵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이후 '친윤'(친윤석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다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저는 대통령에게 아부한 적도 없고 특혜를 받은 적도 없다"며 "오히려 저는 윤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쓴소리했다.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중도 포기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 계엄은 위법적인 계엄"이라며 "정치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고 지금도 왜 계엄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떠나더라도 당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일단 당은 단일대오를 유지하면서 탄핵소추안 통과를 최대한 늦춰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이 남아있었다"며 " 시간을 벌어야만 조기 대선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고, 이러한 희망이 있어야 우리 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기로 한 마당에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비난도 감수하고자 했다"며 "한쪽에선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고 다른 쪽에선 '구태'라고 손가락질받았지만 묵묵히 감내하며 당의 중심을 잡아야 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권 원내대표는 "우리는 (대선에서) 훨씬 훌륭한 김문수 후보를 내세우고도 분열과 반목을 하다 패배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실패와 탄핵,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성찰과 혁신을 시작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제1야당이라는 자산이 있으면서,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실패와 탄핵이라는 부채도 있다. 자산과 부채 중 하나만 취사선택할 수 없다"며 "당 일부가 자산만 취하며 일부에게 부채만 떠넘기려는 행태는 기회주의면서 분파주의"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제 누구 탓을 하며 분열하지 말자"며 "같은 당 동지를 절멸의 대상으로 보지 말자. 국민의힘이 분열의 늪을 벗어나 소속 의원 개개인 모두 당을 위하는 정예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영입을 후회한 적 없느냔 물음을 받고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당에 경쟁력 있는 대권 후보가 없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당으로 영입해 정권교체를 이룬 점에 대해선 전혀 후회하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대선 국면에서 당 후보 교체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해 후회가 남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권 원내대표는 "당시 대선의 최대 과제와 쟁점은 단일화였다"며 "83%의 당원들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명령을 내렸는데 이를 무시하고 가만있으면 당 지도부가 책임을 방기한다는 비난을 받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김문수 대통령 후보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아무 문제 없고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다 갖췄다 하지 않았냐"며 "당원과 의원, 국민 여론 등 모든 걸 반영해 진행한 절차"라고 했다.

또 "다만 새벽에 (후보 교체 작업을 진행)한 건 5월10일 후보 등록을 위해 하루의 여론조사 기간이 필요해 이를 역산하니 새벽에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한 건 우리(지도부)는 중립을 지켜야 해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5.06.12.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권 원내대표는 "패장은 말이 없지만, 굳이 잘한 점을 꼽자면 당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통합하려고 노력한 점"이라며 "제 속이 문드러지고 자존심이 상해가면서까지 인내한 점은 스스로 평가해도 잘한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당 경선 후보였던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 원내대표는 "한 전 대표와 윤 전 대통령은 십수년간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불가분의 관계"라며 "윤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정치인 한동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분은 함께 검사 생활을 하다 보니 캐릭터나 업무 스타일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 전 대표는 조금 더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고, 당의 조직원들과 의사 조율을 통해 타협하는 자세를 배운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 시장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후보 단일화 문제를 두고 위헌 정당 해산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잘못됐다"며 "정계 은퇴를 하신 분이고 당을 탈당한 분이라 그분(홍 전 시장) 발언에 하나하나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위헌 정당 해산을 주장하는 건 법리적으로나 사실적으로도 지나친 주장"이라고 했다.

끝으로 권 원내대표는 "앞으로 전면에 나서진 않겠지만, 의원과 당원들이 심기일전해 한 분 한 분이 당을 대표한다는 심정으로 정예 요원으로 거듭날 수 있게 뒤에서 중진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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