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4 현물 가격, 3개월 사이 2배 이상 올라…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수혜
올해 D램 현물가격 추이/그래픽=김다나
'구형 DDR(더블데이터레이트)'의 가격이 신형을 역전했다. 주요 D램 제조사의 감산 소식과 '트럼프 관세' 선수요가 겹치면서 석 달 사이 DDR4의 가격이 2배나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1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전일 DDR4(16Gb·2Gx8)의 현물 거래가격은 6.14달러로 석 달 전(2.934달러)과 비교해 2배 이상 올랐다. 최근 한 달 사이에만 가격이 49.3%가 뛰었다.
급격한 DDR4 가격 상승으로 일부 제품은 신형인 DDR5의 가격을 넘어섰다. 지난 11일 기준 DDR5(16Gb·2Gx8)의 가격은 5.782달러로 같은 용량의 DDR4 가격보다 낮다. 3개월 전만 해도 같은 종류의 DDR5 가격이 DDR4보다 71.7% 비쌌지만, 지난주 가격이 역전됐다.
구형 D램이 신형의 가격을 넘어서는 것은 시장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트렌드포스는 "일부 DDR4 가격은 심지어 DDR5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며 "DDR4 공급이 빡빡한 상황에서 공급자가 구매자의 요구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가격인 현물가는 기업 간 거래 가격으로 쓰는 고정가와 성격이 다르다. 현재의 수급 상황을 빠르게 반영하는 만큼 현물가가 고정가를 보통 선행한다. 지난달 말 DDR4 고정가도 3개월 전과 비교해 55.6% 올랐다.
전반적인 D램 가격이 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비중이 축소되고 있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DR4(LPDDR4 포함)가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 20% 수준이었다. 가격 상승 분위기는 오는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DDR4의 가격 급등은 주요 D램 생산 업체의 감산 계획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몇몇 고객사에 DDR4 제품의 생산 중단 계획(EOL, End of Life)을 전달했고, SK하이닉스도 DDR4의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DDR4의 매출 비중을 한 자릿수로 줄일 예정이다.
글로벌 3위의 마이크론도 일부 서버용 DDR4 모듈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보통 반도체 제조사는 고객사에 감산 일정을 먼저 알려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일부 기업에서 생산량 축소와 함께 DDR4의 공급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DDR4 생산을 책임질 줄 알았던 중국 업체의 감산 소식도 가격을 자극했다. 지난해부터 DDR4 대량 생산을 시작한 중국 CXMT는 빠르게 DDR4 생산을 줄이고, DDR5 넘어갈 채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의 고성능 칩을 개발 목표와 걸음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기 전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하면서 D램의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이 구체화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반도체 제조사가 DDR5 체제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 DDR4 수요는 많다. 고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중저가 PC나 노트북에서는 DDR4를 사용 중이고, DDR4 기반 플랫폼을 이용 중인 서버도 DDR5로 바꾸기 쉽지 않다.
반도체 제조사는 DDR4 생산을 줄이고 DDR5나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DDR5의 점유율이 DDR4를 넘어설 만큼 보급이 확대됐고, 더 고부가 상품이기 때문이다. 현물거래에서 일부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DDR5나 HBM의 생산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이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이 HBM4 샘플을 공급사에 보내며 HBM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또 최근의 가격 급등에 허수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높은 가격에 실제 거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인상이 과도했기 때문에 향후 가격 상승은 완만해질 것"이라며 "일부 투기성 구매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조달 수량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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