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카페 등 UGC로 데이터 축적
'버티컬 서비스+콘텐츠' 결합해 통합
에이전트 진화…내년 중 'AI 탭' 신설
AI 검색 앞세워 점유율 키우는 구글 대응
김상범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가 12일 삼성화재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미디어 스터디에서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40대 A씨는 5살 아이와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이다. 바쁜 일상 속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빠듯해 네이버 검색창에 '5살 아이와 제주도 갈 만한 곳을 추천해줘'라고 입력한 후 AI탭을 클릭하니 순식간에 제주 명소를 나열해준다. 숙소 근처 자연명소부터 체험학습, 테마파크까지 여러 장소를 제공받은 A씨는 이 중 몇 개를 골라 하루 코스까지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플레이스 에이전트가 등장해 시간별로 스케쥴표를 완성해주고, 식당이나 숙소 등을 네이버 예약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네이버가 27년 간 검색 서비스를 영위하며 축적한 콘텐츠와 쇼핑·로컬·금융 등 버티컬 에이전트를 결합해 끊김없는 AI(인공지능) 검색 경험을 제공하는 '통합 에이전트'로 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검색에 AI를 도입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는 구글에 맞서 한국 검색 시장 1위를 지키겠다는 포부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는 12일 삼성화재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미디어 스터디에서 "네이버는 구글에 한 발 앞서 블로그, 카페, 지식인 등 UGC(사용자 창작 콘텐츠)의 중요성을 간파한 회사고, 이는 네이버가 검색 시장에서 살아남은 원동력이 됐다"면서 "네이버는 버티컬 서비스를 하나의 생태계에서 제공하며 이용자에게 심리스한 경험을 선사하는 식으로 사업해 왔고, 이는 AI 에이전트 시대에 상당히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색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검색 서비스처럼 활용하는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전통 검색 서비스 형태를 택하고 있는 네이버의 생존 가능성에 시장 의구심이 커졌다.
실제 국내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 점유율은 지난 1월 64.49%에서 지난 10일 기준 58.82%로 떨어졌다. 반면 구글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같은 기간 26.77%에서 33.04%로 증가했다.
위기 상황에서 네이버는 그간 축적한 검색 서비스 운영 노하우, 사용자 검색 데이터와 UGC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AI 브리핑'을 돌파구로 내세웠다. 올 초부터 통합 검색에 적용되기 시작한 AI 브리핑에서는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보기 쉽게 요약해 제공한다.
현재 약 3%의 AI 브리핑 대상 검색어를 연내 전체 검색어의 20% 수준으로 확대하고, 금융·헬스케어 등 여러 주제에 특화한 AI 브리핑 기능도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내년 중 신설할 'AI 탭' 예시 이미지. 질의 내용에 따라 버티컬 에이전트가 활성화돼 더 상세한 답변을 제공한다.ⓒ네이버
나아가 네이버는 내년 중 'AI 탭'을 신설해 통합검색과 별도 페이지 형태로 노출한다. AI 탭에서는 연속 대화 등을 통해 사용자 맥락을 깊게 이해하고, 추론 과정을 통해 예약, 구매, 결제 등 최종 액션까지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재엽 리더는 "통합검색에서 AI 브리핑을 통해 답변을 일차적으로 받고, 답변을 이어가고 싶을 때 AI 탭을 통해 진입할 수 있다"며 "AI 탭은 이미지, 블로그 탭 등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진입점 역할로, 통합 에이전트가 활성화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AI탭에서는 검색 내용에 따라 필요 시 AI 에이전트 영역이 활성화돼 맞춤형 네이버 서비스가 제공된다. 일례로, 여름 선크림을 추천해달라고 검색하면 AI 에이전트가 그간 네이버 쇼핑 이력 등을 분석해 제품을 추천하고, 바로 상품 구매 페이지로 연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재엽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는 "네이버 검색에서 AI 탭을 누르면 질의어를 물고 들어가 더 깊게 대답하는 식"이라며 "AI 브리핑을 통해 추가적으로 탐색을 이어가고 싶은 이용자들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버티컬 에이전트를 통해 자사콘텐츠를 제공해 통합 에이전트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버티컬 에이전트가 다룰 수 있는 서비스는 꼭 네이버만의 것으로 한정짓지 않는다. 김상범 리더는 "네이버 쇼핑이나 예약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 네이버 서비스를 연동하는 것이 우선이긴 하나 지금 네이버가 다루지 않은 많은 영역들, 예를 들어 외국 숙소 예약 서비스 등도 에이전트 안에 포함시키는 게 방향성"이라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LLM(대형언어모델)은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택한다. 자체 개발한 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활용하긴 하나 유료 LLM이나 외부 오픈소스 LLM을 서비스 형태에 따라 적절히 조합해 사용하고 있다.
통합 에이전트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존 것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이어간다.
김상범 리더는 "네이버 UGC마다 다르겠지만 현재로서 블로그는 구글, 빙, 챗GPT 등에서 검색 가능하지만 카페는 외부 검색이 안 될 것"이라며 "원래 전통적인 검색 환경을 중심으로 외부 노출 여부가 결정됐다면 생성형 AI 시대에서는 콘텐츠 보호를 위한 방안을 또 강구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