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지시로 전날 오후 2시부터 대북방송 중지
합참 "현재 대남방송 청취되고 있는 지역 없어"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해 6월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군인들이 이동형 대북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군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일주일 만인 전날 오후 2시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대남방송이) 청취되고 있는 지역은 없다"며 "어제 야간, 밤 늦은 시간에 정지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오늘 새벽이나 아침에 없는 것은 확실하나, 오후에도 없을지는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북한 대남 소음 방송은 지역별로 방송 내용과 운용 시간대가 달랐다"며 "서부전선에서 어제 늦은 밤에 마지막으로 대남 방송이 청취 됐고, 이후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 주민들은 전날 오후 10시쯤 "북한이 종전 쇠를 깎는 듯한 소리가 아닌 대중음악 비슷한 노래를 틀고 있다"며 "소음도 종전보다 현저히 작게 들린다"고 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전날 "오늘 오후 2시부터 전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했다"며 "남북관계 신뢰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북한과의 사전협의 없이 선제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6월 9일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계속되는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 조치로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도 곧 맞대응 대남 방송을 시작해 지난 1년여간 접경지 일대에서 남북 간 확성기 공방전이 이어져 왔고, 인근 주민들은 괴기스러운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 수면 장애, 두통 등 건강 이상과 지역 경제 하락 등 소음 피해를 호소해 왔다.
대북방송 중지는 통일부가 9일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민간단체에 중단을 촉구한 데 이어 이틀 만에 이뤄졌다. 연쇄적인 대북 유화책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렸는데, 일단 대남방송을 멈추며 빠르게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 복원 메시지에 북한이 호응하는 국면이 지속하면 향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아직 대북방송 중지 이튿날에 불과한 만큼, 북한이 방송을 전면 중지했는지 판단하려면 향후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2일 페이스북에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 대북·대남 방송을 상호 중단해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다음 단계로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이 2022년 잇따른 포병 사격과 계속되는 무인기 영공 침범 도발, 2023년 11월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하자 당시 윤석열 정부는 '9·19 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대응에 이어 지난해 11월 22일 9·19 합의 1조 3항인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 정지를 의결해 대북 감시정찰을 강화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에 반발해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23일 9·19 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면서 지상·해상·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한다고 발표하며 9·19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시기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정식 명칭은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는 북한의 비협조로 인해 합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합의 내용 또한 우리 군이 우위에 있는 감시정찰 등 대비 태세에 불리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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