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빗 대변인 "대통령, 서신교환 개방적…싱가포르 회담 같은 진전 원해"
"달라진 北 상황에 美 전향적 양보 없인 북미 대화 진전 어려울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비무장지대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4개월 여 만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서신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단절됐던 북미 간 대화가 본격적으로 재개될지 관심을 모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개방적(recptive)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내는 친서 수령을 북한의 뉴욕 유엔주재 외교관들이 수령하기를 거부한다고 보도한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NK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총비서에게 자신의 첫 임기 때와 같이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친서를 작성했다. 이후 이를 전달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교관들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레빗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 답변은 NK뉴스의 보도 내용을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상 간 소통을 통해 북미 간 관계 개선 시도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북한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어느 시점에 북한과 관련해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고 해 대화 재개를 시사한 바 있다.
같은 달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고려해 내외부 전문가들과 사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김 총비서와 서신 외교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튼 바 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2018~2019년 사이 20여 통의 친서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외신은 "두 정상이 서신을 통해 사랑에 빠졌다"라고 표현했다.
본격적인 서신 교환 이후 두 사람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양측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 송환 등에 합의했지만, 비핵화 방식에 있어 구체적 실행 방안 도출에 실패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범위와 제재 해제를 두고 양측 간 이견이 극명하게 드러나며 결국 합의가 불발됐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이후에도 생일 축하 전문 등 서신을 꾸준히 주고받으며 친분을 유지했는데, 이는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서 3번째 회동의 밑거름이 됐다. 북미 양측은 이후 비핵화와 제재 해제 등을 두고 실무 협상을 재개했지만, 진전을 보이지는 못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를 떠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이후 김정은 총비서에게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러브레터'를 보내고 있는 셈인데, 첫 임기 때처럼 실제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실질적 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NK뉴스는 북한 당국자들이 외교 당국자들이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안의 무게를 감안할 때 이는 김 총비서가 직접 내린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
김 총비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비핵화 요구에 따를 생각이 전혀 없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북한의 비핵화'를 핵심적인 정책 기조로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해 제재 완화 조치를 얻어내려 했지만, 미국의 전면적인 핵시설 폐기 요구에 직면했던 기억이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대가로 러시아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한 것도 북한과 대화에 나서려는 미국 입장에서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최근 관련 분석 글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외교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은 만큼 김정은과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타협을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으며, 제약을 수용하고 미국과의 합의에 서명하게 만들려면 워싱턴이 파격적인 양보를 제시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국익을 위태롭게 하고 동맹국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위험을 동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관련 기자회견 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과 인상적인 이틀을 보냈으나 다른 길 택해야 할때도 있다”며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으나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북한과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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