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수율 부진·대형고객 이탈…TSMC와 격차 60%p
SMIC 1%p 턱밑 추격…中정부 지지에 2분기 역전 가능성
전문가 "GAA 先도입 상징적 의미뿐 수익화엔 실패" 지적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다시 시험대에 섰다. TSMC의 독주는 계속되고 SMIC의 추격은 거세지는 가운데 첨단공정 수율과 고객 기반 모두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3나노에서의 기술 과신과 수율 부진, 제한된 외부 수요 구조가 맞물리며 글로벌 점유율이 1년 새 크게 흔들렸다. 올 하반기 2나노 양산을 기점으로 반격을 시도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등 신시장 공략과 북미 고객 수주를 위한 조직 쇄신이 병행되고 있으나 시장에선 여전히 "삼성만의 전략이 안 보인다"는 진단도 나온다.
성숙공정 외면·고객 맞춤 부족…TSMC와 대조적 행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7.7%로 전 분기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중국 SMIC는 6%를 기록하며 0.5%p 상승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두 배 이상 벌어졌던 격차는 1.7%p까지 좁혀졌다.
같은 기간 대만 TSMC의 점유율은 67.6%로 0.5%p 상승했다. 삼성과 TSMC 간 격차는 60%p에 달한다. 수요 불균형·첨단공정 수율 문제·생산거점의 지리적 한계 등이 겹친 결과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조기 도입하며 기술 선도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수율 안정화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반도체 파운드리 글로벌 시장점유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TSMC가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첨단·성숙 공정을 균형 있게 운용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고객 맞춤형 공정 전략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TSMC는 엔비디아·애플·AMD 등 고객사 요구에 맞춰 선단 공정은 물론 여전히 수요가 많은 성숙 공정까지 폭넓게 대응하며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해 왔다. 반면 삼성은 첨단 미세 공정에 주력하면서도 성숙 공정 대응이나 범용 제품군 확보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로 인해 모바일·HPC·차량용 반도체 등 각기 다른 스펙이 요구되는 시장에서 고객 유치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처럼 제품별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큰 분야에서는 수율과 공정 유연성이 수주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어, 삼성의 일관된 고공정 집중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우려다.
반면 SMIC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안정적인 내수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술력 면에서는 여전히 TSMC와 삼성에 뒤처져 있지만 14나노에서 7나노로, 최근엔 5나노 공정 개발까지 시도하며 추격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첨단 장비 확보에 제약이 따르고 있음에도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 공공부문 수요 유도 등 정책적 후방 지원이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SMIC가 레거시 공정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진 뒤 이를 바탕으로 첨단 공정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 25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캠퍼스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경계현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시영 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사진=삼성전자
이에 대해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메모리 중심 조직 문화와 관성이 파운드리 사업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삼성의 문제"며 "파운드리는 철저한 고객 중심 산업임에도 불구, 고객 수요에 맞춰 공정을 설계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문화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수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은 상징적 의미는 있었지만, 기술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진입해 수율 확보에 실패했다"며 "이는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 미스"라고 지적했다.
*GAA(Gate-All-Around): 차세대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 기존 핀펫(FinFET) 기술을 대체할 기술. 특히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성능 향상과 전력 효율 개선을 위해 핵심적으로 사용된다. 더 작게 만들 수 있고 더 빠르게 동작하며 더 적은 전력으로 작동하는 구조로,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가 요구되는 AI·모바일·HPC 시대에 필수적인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 교수는 "10·20나노급 성숙 공정에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면서 첨단 공정 투자을 병행했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수익성과 기술개발 모두를 놓친 상황"이라며 "HBM 사례처럼 핵심 인력을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이에 반복적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전문성과 일관성이 무너졌고 이제는 근본적인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조직·시장 재정비…삼성 파운드리 '재건 시나리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기술 내실을 다지는 한편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며 생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TSMC의 독주와 SMIC의 턱밑 추격 사이에서 삼성은 첨단 공정 주도권 회복과 고객 신뢰 재구축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2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 기술 반전을 시도에 나서는데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수율 안정화와 고객 기반 확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TSMC는 2나노 공정에서 처음 GAA 구조를 도입했음에도 이미 60% 수준의 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삼성은 3나노 도입 경험에도 불구, 수율이 여전히 30~40%대에 머무르고 있다.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도 삼성은 시스템LSI 등 내부 수요 중심인 데 비해 TSMC는 애플·인텔·AMD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로부터 2나노 수주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위기 돌파를 위한 승부수로 삼성은 인적 쇄신에 착수했다. 경쟁력 회복의 열쇠로 꼽히는 대외 수주 역량 강화를 위해 TSMC 출신 마거릿 한 전 NXP 부사장을 미국 파운드리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한 부사장은 TSMC에서 21년간 북미 고객사를 전담한 인물로 삼성의 북미 사업 확장과 글로벌 고객 기반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삼성전자
아울러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퀄컴 자회사 오토톡스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한 품질 검증(PPAP) 절차에 착수했다.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적 신뢰성과 안정적 공급을 중시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선제적 대응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모바일 AP에 비해 공정 난이도는 낮지만, 안전성과 장기 공급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수율 문제와 AI 연산용 칩 고객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으로선 새로운 수요처 확보라는 측면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전략만으로는 단기간 내 파운드리 실적을 끌어올리기엔 한계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가 파운드리 선단 고객을 꽉 잡고 있어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며 "삼성은 대형 고객사가 없는 상태에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고 수주 산업 특성상 점유율 반등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량용 반도체는 전체 파운드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지 않고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도 최소 1년 이상은 소요되는 구조"라며 "시장 성장 속도 역시 업계의 초기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단기간 내 사업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카드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이 파운드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메모리에 쏠린 실적 구조를 보완할 '비메모리 방파제'로서 파운드리는 여전히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삼성이 파운드리를 계속 끌고 가는 건 단순 수익성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는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고객사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가 동시에 잘 작동하면 시너지가 크고 턴키 서비스로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며 "삼성이 이 사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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