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지역 중심 집값 상승세 확산
"전 정권 '학습 효과'에 경기 부양 기대도"
"금리인하·DSR 강화 막차 등 복합 작용"
'어게인 2017'일까. 집값이 심상치 않다. 대선을 앞두고 달아오른 서울 주택시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강남3구 등 고가주택 지역에서 시작한 불길에 타오르고 있다. 이번 과열의 배경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해법은 어떤 게 있을까. 새 정부에 시장 안정 방안이 요구되는 가운데 현재 시장 상황과 배경, 대응책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서울 집값이 꿈틀거린다.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다. 새 정부 출범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뜨겁다…그때만큼, 아니 그보다 더
1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상승해 직전 주 0.16%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18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 2월부터 4달 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승세의 중심은 역시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3구다. 이 주 변동률은 각각 0.42%, 0.4%, 0.5%를 기록했다. 지난해 8·8 대책 발표 이전 변동률(서초구 0.52%, 강남구 0.37%, 송파구 0.53%)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해당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누계 변동률(전년 12월 마지막 주 기준일 대비 6월 첫 주 기준일) 또한 지난해 각각 0.15%, 0.2%, 0.27%였지만 올해는 5.17%, 5.61%, 6.13%로 급등했다.
매수 열기는 강남3구를 넘어 목동을 품은 양천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라 불리는 선호 지역에서도 번졌다. 최근에는 성북·노원·금천구 등 서울 외곽 지역까지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성북구 집값 상승 거래 비중은 46.8%로 전월 대비 4.6%포인트 올랐다. 노원구는 44.5%, 금천구는 46.3%로 각각 4.5%포인트, 1.6%포인트 뛰었다.
불길이 잡히지 않다 보니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강남3구와 용산구를 비롯해 추가 규제지역 지정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는 정량 요건은 최근 3개월 집값 변동률이 해당 지역이 속한 시도 물가 변동률의 각각 1.3배, 1.5배를 초과하는 경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대비 4월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양천구 1.06% △마포구 1.12% △성동구 1.61% 등이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인 0.74%의 각각 1.43배, 1.51배, 2.2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정 기준을 충족한다. 서울은 아니지만 경기 과천시 또한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3.75%로 경기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인 0.64%의 5.9배에 달해 정량 요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래서 묘한 기시감이 든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을 연상시킨다. 그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함께 주택시장은 달아올랐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은 과열됐다. 결국 당시 정부는 출범 이후 한 달여 만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야 했다.
지금까지는 8년 전 모습 그대로다. 단순히 같은 진보 정권이라설까?
규제 완화 기대감에…'불타오르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도보수'와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했다. 주택 문제에 대해서는 세금 중과세 같은 수요 규제 대신 공급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했던 '수요 억제'의 부작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비쳤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학습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으로 연결된 모양새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프롭테크리서치랩 랩장은 "규제와 공급이 배치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만큼 (과거 진보 정권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전반적인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 또한 주택시장 상승세를 떠받치는 요인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경기 부양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추경은 최소 20조원 규모로 전 국민 지원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 당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도 수요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윤 랩장은 "이 대통령이 공약 중 하나로 '코스피 지수 상승'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실물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선호도 높은 서울 지역에 수요가 쏠리면서 시황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맞물린 저금리·DSR…규제, 정말 없을까?
정치적 요소가 아닌 시장 측면에서 배경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달 한국은행이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추세적 기대감,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전 막차라는 인식은 시장 수요에 조급증을 더했다. 올 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확대 재지정이라는 '실책'으로 지펴진 불을 키웠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랩장은 "미국 기준금리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스트레스 DSR 3단계 또한 실수요자에게는 실질적으로 대출금이 감소하는 등 영향이 있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또한 "금리 인하, DSR 3단계 시행 등 다양한 요인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전월셋값 상승으로 인한 임대차 시장 불안, 입주 물량 및 신규 분양 물량 등 전반적인 공급 부족 또한 주택시장 상승세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함 랩장은 "입주물량의 경우 지난해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줄어든다는 것을 수요자들이 인지하고 있다"며 "신규 분양시장 공급 또한 많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불장'이 지속될 경우 안정 방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소장은 "이 대통령이 '규제는 없다'고 했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충분히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집값 상승을 이유로 규제를 건다면 명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바로 강화하진 않더라도 규제 지역 지정, 대출 규제 강화 등을 거쳐 세제 개편 등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희 (kju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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