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스케일AI’에 19조원 투자

메타(페이스북 모회사)가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소를 세운다. 이 연구소는 AI 스타트업 ‘스케일AI’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더 왕(28)이 이끌게 된다. 앞서 메타가 ‘스케일AI’에 14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배경이 알렉산더 왕을 영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가 AI 기기 개발 스타트업 ‘io(아이오)’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 창업자이자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를 영입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메타, 스케일AI CEO 영입

11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메타는 초지능(수퍼인텔리전스)을 추구하는 AI 연구소를 만들기로 했다. 현재 수준의 생성형 AI를 뛰어넘는 범용 인공지능(AGI)은 물론이고 초인공지능(ASI)을 목표로 하는 AI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에서 구글, 오픈AI에 밀리고 있는 메타가 초인공지능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계기로 메타가 초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영입하는 스케일AI의 CEO 알렉산더 왕이 주목받고 있다. 스케일 AI는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이터 라벨링(data labeling)’ 스타트업이다.

중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중국계 미국인 알렉산더 왕은 아버지가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물리학자다. 왕은 어린 시절부터 ‘수학 천재’ 과학 신동’으로 불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미 전국 단위의 수학, 과학 경시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고, 코딩도 독학으로 마스터했다고 한다. 청소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매사추세스 공과대학(MIT)에 입학했지만 3학기 만에 중퇴했다. 19세였던 2016년 왕은 스케일AI를 창업했다. 비상장 회사인 스케일AI는 데이터 라벨링 기술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지난해 140억달러였던 스케일 AI의 기업 가치는 올 들어 250억달러로 뛰어올랐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왕은 억만장자가 됐다. 2021년 24세의 나이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어린 자수성가형 억만장자’가 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그의 순 자산은 약 35억달러(약 4조 8000억원)로 추정된다.

왕은 AI산업계에서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한 집에 살았던 막역한 사이고, AI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주요 빅테크와 협력하며 ‘AI업계 마당발’로 입지를 굳혔다. ‘억만장자의 사교모임’으로 불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초청받았고,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하는 등 정부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메타 역시 왕의 이런 영향력을 활용하려고 한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기도 했고, 향후 초지능AI 개발을 위해선 AI생태계 내 스타트업과 협력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CNBC는 “알렉산더 왕은 미 정부 AI 전략의 ‘키 플레이어’로 워싱턴과 실리콘밸리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AI경쟁에서 뒤처진 메타는 라벨링 기술보다는 알렉산더 왕이라는 인재 자체에 투자한 것”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 스타’된 중국계 창업자

메타의 거액 투자로 알렉산더 왕이 화제가 되면서 스케일 AI 공동 창업자 루시 궈(31)도 주목받고 있다. 지식 문답 서비스 기업 ‘쿼라’ 출신인 루시 궈도 중국계 미국인으로 카네기멜런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2014년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펠로십에 선발되면서 중퇴한 뒤 스케일AI를 공동 창업했다. 2018년 왕과 의견 충돌로 퇴사한 뒤 2022년 콘텐츠 플랫폼 ‘페세스’를 창업했다. 궈는 보유 중인 스케일AI 지분 덕에 올해 기준 자산이 약 12억5000만달러(약 1조 7000억원)로 추정된다. 지난 4월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제치고 ‘최연소 여성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에 올랐다. 테크업계에서는 메타가 영입한 알렉산더 왕이 루시 궈에 조언을 구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스케일 AI 주주이자 초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은 궈가 메타의 새 연구소 설립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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