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사진=KAIST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구조와 성능, 세대별 특성을 전망하는 기술 발표회가 개최됐다. TSV(실리콘관통전극)과 냉각 기술이 경쟁 패권을 바꿀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김정호 KAIST(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KAIST TERA Lab(연구실)은 11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차세대 HBM 로드맵 기술 발표회'를 열었다. 급변하는 기술 패권 경제 속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AI(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축으로 떠오른 HBM 기술 발전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김 교수는 20년 이상 HBM 설계 분야를 연구한 권위자로 'HBM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2040년까지 3년 단위로 개선된 HBM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 봤다. 올해 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HBM4를 시작으로 2038년에는 HBM8가 나올 것이란 예측이다.
김 교수는 세대를 거듭하며 TSV와 냉각 기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분석했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HBM에서 TSV는 '데이터 연결통로' 역할을 한다. TSV로 여러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그 사이로 데이터가 이동한다. 가장 최신 제품인 HBM3E는 구멍의 개수가 1024인데 HBM4부터는 2배인 2048개, HBM8에는 16배인 1만6384개가 생길 것이라 전망했다.
TSV 수가 늘어나면 데이터 전송 시 발열도 심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차세대 HBM 기술은 열, 전기에너지와의 싸움"이라며 "D램을 적층하면 층마다 같은 양의 전기가 고르게 전달돼야 하고 온도도 일정해야 한다. 특히 HBM4부터는 베이스다이에 GPU가 담당하던 연산 기능이 일부 추가돼 이곳에서 나는 열을 식혀야 한다"고 했다. 베이스다이는 HBM의 가장 아랫단에 놓이는 핵심 부품이다.
냉각 방식도 세대에 따라 변화할 것이라고 봤다. 냉각수를 부품 인근으로 순환해 열을 식히는 '액체 냉각 방식'에서 냉각수에 제품 전체를 담그는 '액침 냉각'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다. HBM7부터는 HBM 내부로 물을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 사용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HBM4부터 HBM8까지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HBM4에서는 베이스다이의 커스텀화가 중요하다고 예상했다. 엔비디아, 구글 등 고객사가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HBM5에서는 3D 이종집적과 첨단 패키징으로 HBM 내부에서 연산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HBM6에서는 HBM 옆에 HBM을 추가로 배치해 메모리 용량을 확장하는 방법이 거론됐다. 데이터 이동과 컴퓨팅 기능을 포함한 인터포저가 등장할 것이라고도 봤다. HBM7에서는 LPDDR 등 여러 메모리 조합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구조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BM8은 GPU 상단에 HBM을 두고 이를 인터포저 구조 양면에 설치하는 '풀 3D HBM 아키텍처'가 사용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 기업이 HBM 시장에서 90% 이상 비중을 차지하지만 미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오늘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워에서 직접 모델을 제시하는 리더로 변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메모리 3사는 HBM4 개발·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HBM4 샘플 납품 사실을 알렸고 마이크론도 지난 10일(현지시간) HBM4 샘플을 주요 공급사에 제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1c 기술을 적용한 HBM4를 개발 중이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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