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고도 23도…가장 높을 때보다 58도 낮아
지구 자전축과 달 궤도 기울기 조합 결과
11일의 보름달은 18년만에 가장 낮게 뜬다. 픽사베이
지상에서 본 태양의 하늘길, 즉 태양이 뜨고 지는 황도는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1년을 주기로 북회귀선(북위 23.5도)과 남회귀선(남위 23.5도) 하늘 사이를 반복해서 오가며 세계 각지의 계절 변화를 유발한다.
태양의 하늘길만 달라지는 게 아니다. 달이 뜨고 지는 길도 매일 달라진다. 특히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과 정반대쪽에 있을 때 뜨는 보름달의 경로는 태양의 길을 정확히 6개월 간격을 두고 따라간다. 태양이 가장 높이 뜰 때 보름달은 가장 낮게 뜨고, 태양이 가장 낮게 뜰 때 보름달은 가장 높이 뜬다.
따라서 북반구에서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6월은 보름달이 연중 가장 낮게 뜨는 때이다. 올해는 11일에 뜨는 달이 가장 둥글다. 음력으론 10일이 보름이지만 달이 가장 둥근 모양을 이루는 시각이 11일 오후 4시44분이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기준으로 보름달이 뜨는 시간은 오후 8시1분, 지는 시간은 다음날 오전 4시34분이다. 그런데 이날 뜨는 보름달은 18년만에 가장 낮은 고도를 지나간다.
2025년 6월의 달 위상 변화. starwalk 제공
북위 60도 이상에선 보름달 볼 수 없어
이유가 뭘까?
달의 독특한 궤도 때문이다. 달은 황도(지구의 공전궤도)를 기준으로 5.15도 기울어진 상태로 궤도를 돈다. 이에 따라 달의 적위(천구상에서의 천체 위치)는 남~북으로 최대 28.6도까지 확대된다. 지구 자전축 기울기에 달 기울기가 더해진 값이다. 따라서 달이 가장 높이 뜰 때의 고도인 남중고도는 두 천체의 기울기 조합에 따라 최고 57도 정도의 차이가 난다.
달의 천구상 위치는 18.6년마다 이 주기를 반복한다. 올해 6월은 이 주기에 따라 보름달이 가장 낮은 지점에 다다르는 때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동효 선임연구원은 “서울 기준으로 11일의 보름달은 자정을 지나 다음날 0시48분 남중고도에 도달한다”며 “이때 달 고도는 23.3도”라고 말했다. 이는 보름달 남중고도가 가장 높을 때의 고도보다 약 58도 낮은 것이다. 이날 알래스카나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위 60도 이상의 지역에서는 아예 보름달을 볼 수 없다. 반면 남반구 사람들은 가장 높이 뜨는 보름달을 볼 수 있다.
태양이 가장 높이 뜰 때 보름달은 가장 낮게 뜨고, 태양이 가장 낮게 뜰 때 보름달은 가장 높이 뜬다. starwalk
평소보다 더 크고 붉게 보여
가장 낮은 보름달엔 착시 현상도 있다.
평소보다 지평선에서 가깝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크고 붉게 보인다. 지평선 근처에 있는 나무나 건물, 산 등이 같은 시야에 들어오면서 우리 뇌가 상대적으로 보름달의 크기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지평선 근처의 달빛은 머리 위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공기 입자를 통과해 우리 눈에 당도한다. 따라서 더 짧은 파장의 빛(파란색 계통)은 도중에 흩어져 버리고 더 긴 파장(빨간색 계통)이 우리 눈에 도달하게 된다.
시간대에 따라 토끼를 연상시키는 보름달 앞면의 암흑 지형 위치가 바뀐다. 이태형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 제공
달 위치에 따라 바뀌는 토끼 형상
달 표면엔 방아 찧는 옥토끼의 전설을 낳은 거대한 토끼 형상 지형이 있다. 어둡고 평평한 현무암 지대인 이 토끼 지형의 모양은 하늘에서의 달 위치에 따라 바뀐다.
동쪽(왼쪽)에서 떠오를 때는 머리가 위쪽으로 있다가 서쪽(오른쪽)으로 지면서 머리가 점차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따라서 사진 속 보름달의 토끼 머리 위치를 보면 어느 시간대에 찍은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태형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에 따르면 황도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 달의 적도, 즉 토끼 머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여름과 겨울에는 토끼의 머리가 맨 위로 올라간 상태, 즉 바로 선 상태로 보름달이 떠오른다. 한밤중에 가장 높이 떴을 때는 토끼 머리가 보름달의 오른쪽 중간 정도로 내려온다. 이어 서쪽 하늘로 질 때쯤엔 머리가 맨 아래로 처진다. 토끼 머리 부분이 가을에는 여기서 조금 더 오른쪽으로, 봄에는 조금 더 왼쪽으로 기울어진다.
가장 낮은 보름달이 뜨는 다음번 주기는 2043년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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