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취향 통해 접점 찾기 시도 평가
트럼프와 암실 위협·골프 등 공통 화제
이시바와 한·미·일 협력 틀에서 노력
시진핑과 지방부에서 정치 시작 언급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엿새 만에 주요 주변국 정상과 통화를 마쳤다. 개인사와 취향 등을 통해 상대국 정상과 접점 찾기를 시도하면서 무난히 상견례를 치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이 중국에 앞서 일본 정상과 먼저 통화하고,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서로가 겪은 암살 위험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골프를 화제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유명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두 대통령은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이 담긴 모자를 선물로 받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맞춤형’으로 접근했다. 한·미 간 관세 협의를 두고 조속한 협상 타결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주고받은 것 외에 다른 민감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두번째 통화 상대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이시바 총리와 통화하면서 올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빼놓을 수 없는 현안인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직후 아베 당시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일본군 ‘위안부’ 등을 언급하며 일본 지도자들의 역사인식 문제를 지적한 것과 대비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또 한·미·일 협력 틀 안에서 여러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악화하고, 이에 따라 한·미·일 협력도 흔들릴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공개한 이 대통령의 통화 사진 중에는 그가 활짝 웃는 장면도 있다. 아울러 야당 등의 ‘반일·친중’ 프레임을 걷어내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협력은 대중 견제 성격도 지닌다. 이 대통령이 중국에 앞서 일본 정상과 통화 일정을 잡은 것도 같은 목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각각 지방에서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한 공통점을 언급했다. 두 정상은 또 공통 관심사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도 공감했다. 한국은 올해, 중국은 내년에 각각 APEC 의장국이다. 양측 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중국의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구조물 설치 등 해양 영유권 관련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시간은 30분으로 트럼프 대통령(20분), 이시바 총리(25분)보다 길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 대통령의 통화 순서와 시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 정상의 일정을 고려해서 제반 사항이 조율된 것”이라며 “(통화 시간은) 특별히 의미 있는 시간 차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
이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화 움직임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 전에 취임한 문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으나, 전쟁 발발 이후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하지 않았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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