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티빙-웨이브 임원 겸임 조건부 승인
이재명 대통령도 원한 'K-OTT' 등장 가능성
티빙, 웨이브 로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체인 티빙과 웨이브의 임원 겸임 방식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2023년 발표 이후 지지부진했던 티빙-웨이브 합병과 '한국 대표 OTT' 탄생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도 토종 OTT 키우기에 긍정적이라 기대도 커진다.
공정위는 10일 티빙의 모회사 CJ ENM과 티빙의 임직원이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의 임원 지위를 겸임하겠다는 내용의 기업결합 신고를 심사한 뒤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두 회사 합병이 결합상품 구독을 강요하면서 사실상 요금 인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해 시정 조치도 함께 내렸다.
이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2026년 12월 말까지 현 요금제를 유지하거나 두 OTT를 통합하더라도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아야 한다. 또 통합 이후에도 이용자가 기존과 동일한 요금제로 같은 구독 서비스를 원할 경우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티빙은 현재 이용자 수 기준으로 넷플릭스에 뒤진 채 쿠팡플레이와 2위 경쟁 중이다. 여기에 업계 4위인 웨이브가 가세하면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티빙은 현재 한국프로야구(KBO)와 한국프로농구(KBL)를 국내 온라인 독점 중계 중이고 웨이브는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의 실시간 방송을 무기로 삼고 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조건부 승인이기는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이 공정위의 승인을 받으면서 업계에선 두 OTT의 사업 연계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사자들은 한목소리로 "각 회사의 경영 노하우와 플랫폼 역량을 결집해 이용자들에게 더 다양한 콘텐츠와 향상된 시청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K-OTT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지속 가능한 K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두 회사가 임원을 다른 회사에 파견할 수 있게 된 만큼 콘텐츠 투자 확대, 서비스 혁신, 플랫폼 운영 효율화 등을 얻을 것으로 내다본다. 당장 두 회사가 서비스를 통합하기보다는 기존 구독 서비스와 병행해 두 OTT를 묶어 파는 '번들링'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웨이브 관계자는 "구체적 사업 협력 방안은 확정되는 대로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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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가운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5월 7일 전북 전주시 카페에서 윤제균(왼쪽) 감독·김은숙 작가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장기적으로 두 OTT 서비스가 화학적 결합을 이룰 경우 규모의 경제 형성을 통해 업계 1위 넷플릭스와 맞설 수 있는 '토종 OTT' 탄생이 가능하리란 기대도 있다. 이재명 정부도 토종 OTT 키우기에 적극적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문화산업 공약에 문화 콘텐츠 유통도 한국 플랫폼이 담당하도록 돕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5월 31일 유세 도중 "넷플릭스에 다 주는 바람에 우리는 약간만 건졌다"며 "OTT 플랫폼도 정부가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는 규모 있는 K-OTT를 만드는 유력한 방안으로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을 제시해 왔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지난달 29일 한국방송학회 주최 공청회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통해 강력한 로컬 OTT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합병 마무리를 위해선 주요 주주의 동의가 필수다. 현재 티빙의 2대 주주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결정권을 쥔 KT는 여전히 신중하다. KT는 "국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KT 그룹과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과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란 입장을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 겸임 승인이 사전 단계의 통합 조치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제 합병은 양사 주주의 동의를 얻는 것이 먼저"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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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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