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
NBA ‘샴페인 고글’로부터 유래
손흥민도 우승 버스 행진 때 써지난달 토트넘 유로파 리그 우승 기념 버스 행진 때 선글라스를 낀 손흥민. /AFP 연합뉴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 유로파리그 우승 버스 행진 행사. 주장 손흥민(33)이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트로피와 함께 나왔다. 명품 브랜드 매종 마르지엘라와 안경 제작사 젠틀몬스터가 협업해 만든 이 선글라스가 짙은 검은색이었던 덕분에 눈에 띄어 많은 ‘밈(meme·유행 콘텐츠)’을 만들기도 했다.
손흥민이 단지 패션을 위해 선글라스를 쓴 건 아니다. 최근 유럽 축구계에서는 우승 세리머니 필수품으로 선글라스가 널리 쓰인다. 스페인 출신 18세 신성 라민 야말(FC바르셀로나)은 지난 4월 코파 델 레이(스페인 FA컵 격 대회) 정상에 오른 뒤 선글라스 두 개를 겹쳐 쓰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세리머니에도 아슈라프 하키미, 데지레 두에가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했다.
미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이런 독특한 우승 선글라스 문화를 분석하면서 미국 ‘샴페인 선글라스’를 거론했다. 시초는 2004년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 데이비드 오티즈로 본다. 보통 미국 프로 팀들은 우승하면 샴페인을 터트려 서로 뿌리는 문화가 있는데, 오티즈가 당시 수영 고글을 쓰고 나온 것. 오티즈는 “재작년 우승 때 샴페인 뚜껑을 눈에 맞았더니 너무 아팠다”고 이유를 댔다. 이런 임시 ‘수영 고글’은 이후 아예 ‘샴페인 고글 문화(Champagne Shades)’로 진화했다. 2013년 미 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레이 앨런이 우승 축하 잔치에 얼굴의 반절을 덮는 고글을 끼고 왔다. 탄산인 샴페인이 눈에 들어가지 못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이 모습이 ‘힙(hip·새롭고 개성 있는)’해 보였는지 그때부터 너도나도 우승 뒤 고글을 끼기 시작했다.
발 빠른 스포츠 브랜드들은 고글에 자사 로고를 부착해 광고 효과를 높이기도 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2022년 우승하자 운동용품 전속 계약사 언더아머는 워리어스 선수들에게 고글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런 NBA 고글 문화가 유럽 축구에서는 선글라스로 변형 전수된 셈이다. 미국 스포츠 중 글로벌화가 가장 잘 이뤄져 있는 NBA가 유럽 축구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NBA 문화는 유럽 축구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클 올리스(바이에른 뮌헨)는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뒤 NBA 어린 선수들이 즐겨 하는 치아 장신구 ‘그릴즈(Grillz)’를 착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디애슬레틱은 “유럽 축구 새로운 세대는 어릴 때부터 자주 본 미국 농구 문화에 자기들만의 풍미를 더해 새로운 풍습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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