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막는 6대 난제 풀자]
<3> '무늬만 최대' R&D 패러독스
산업계 참여율 78%로 높인다지만
90%가 중기 이전···사업화 쉽잖아
연구기관 TLO 인력충원 등도 과제
[서울경제]
이르면 하반기부터 ICT 분야의 공공연구기관은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기업과 함께 최종 성과물을 제품화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연구기관이 연구 기획 단계부터 기술사업화를 염두에 두도록 독려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이전을 꺼리고 있어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8일 열린 ‘AI·디지털 기술사업화 전략대화’에서 “2030년까지 ICT R&D의 산업계 참여율을 현재의 40%대에서 78%까지 높이고 신규상장 기술사업화 기업을 30곳으로 늘린다”며 이 같은 비전을 발표했다. 공공연구기관의 R&D가 기술이전 후 기업과 연계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이어달리기’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발표한 ICT 기술사업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과제의 핵심은 ‘R&D 산업계 참여 활성화’다. 기술성숙도(TRL)가 5단계 수준인 응용·개발 R&D는 연구기관이 기획 단계부터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제시하고 산업계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술사업화를 독려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계획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추진된다.
정부는 R&D 결과물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경로가 분절적이어서 성과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 같은 정책을 마련했다. 실제로 ‘전략대화’에서는 각계 기관과 기업들로부터 “공공연구원은 기초·원천 기술에 집중하는 반면 기업은 비즈니스모델과 연계 가능한 기술을 요구하는 등 수급 격차가 크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업을 발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연구기관의 기술 중 90%가량은 중소기업으로 이전되는데, TRL 5~6단계인 출연연의 R&D를 중소기업이 이전받아 사업화를 위한 7~9단계로 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조직(TLO)을 지금보다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처럼 기술사업화 성과가 비교적 좋은 기관은 TLO 인력이 수십 명에 달하지만 대부분 연구기관의 TLO 인력은 3~5명 수준에 그친다. 국내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일부 기술은 대형 핵심 기술이 필요해 중장기 연구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중견 이상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며 “전 단계를 아우르는 기획형 기술사업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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