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티빙·웨이브 합병 조건부 승인…양사 이용자 1130만명 육박
넷플릭스 대항마 자리잡나…새 정부 출범 후 토종 OTT 육성 정책 기대
양사 임원 겸임 가능…주주 동의 절차 남아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내년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조건이다. 향후 남은 절차는 양사 주주총회를 통한 승인이다. OTT 시장을 독주해온 넷플릭스를 견제할 대형 토종 대항마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티빙·웨이브에 따르면 이날 공정위의 임원 지위를 겸임하는 기합결합 신고 승인 결정에 따라 양사간 상호 이사 등재가 가능해졌다. 양사 경영권 구조에 변화를 주는 사전 단계의 통합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내년 말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게 승인 조건이지만 업계에서는 크게 무리 없는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K-콘텐츠 육성과 토종 OTT 플랫폼 강화를 위한 정책 드라이브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OTT 플랫폼 육성을 통한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웨이브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티빙 최대주주인 CJ ENM과 지난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다.
다른 OTT 사업자들도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내심 싫지 않은 눈치다. 최근 몇년새 빠르게 넷플릭스 중심으로 자리잡은 OTT 생태계에 균열이 생기면 다른 사업자들한테도 이전보다 기회가 더 생길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들은 K-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유통 주도권과 수익은 넷플릭스 등 외국계 플랫폼이 가져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제작사들은 재투자 여력이 없고 한계에 봉착했다는 위기의식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451만명. 2위 티빙(716만명), 4위 웨이브(413만명)를 단순 합산하면 1129만명에 이른다. 1위인 넷플릭스에는 못미치지만 3위 쿠팡플레이(715만명)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게 된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 과정에서 티빙과 웨이브에 대한 충성 구독자층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합병 이후에도 구독을 유지하는 가입자가 상당수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프로야구(KBO)를 독점 중계하는 티빙과 지상파 콘텐츠 기반 웨이브의 이용자층이 겹치지 않아 합병시 상호 보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웨이브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용자 체류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플랫폼에 속한다는 게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구체적인 사업협력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합병시 콘텐츠 투자 확대, 플랫폼 운영 효율화, 서비스 혁신, 이용자 만족도 극대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경우 티빙은 국내를 기반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그동안 개별 콘텐츠 반응이 좋았던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공정위 심사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합병이 최종 성사되려면 양사 주주 전원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웨이브는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임원이었던 이헌 대표를 지난 3월 말 선임하면서 "합병 등 주요 현안 관련 주주사들과 긴밀히 협의하며 조직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티빙은 2대 주주인 KT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KT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반대였던 KT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은 지난 4월 미디어토크에서 "웨이브가 사실 지금 지상파 콘텐츠의 독점력이 떨어져 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의 방향성, 그리고 가능성에 있어 티빙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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